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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원 소속사 대표 “연희단거리패 후배들에게 금품 요구 협박받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배우 곽도원. [연합뉴스]

배우 곽도원. [연합뉴스]

곽도원의 소속사 오름엔터테인먼트 대표인 임사라 변호사가 “배우 곽도원이 극단 연희단거리패 후배들에게 금품 요구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25일 임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긴 글을 올리며 “대표가 됐단 소식이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큰 해프닝이 있었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곽 배우가 연희단거리패 후배들(이윤택 고소인단 중 4명)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힘들다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선배로서 도울 수 있다. 돕고 싶었다”라며 “어젯밤 만나기로 약속했고 약속장소에 나갔는데, 변호사인 내가 그 자리에 함께 나왔단 사실만으로도 심하게 불쾌감을 표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그분들 입에서 나온 말들은 참 당혹스러웠다. 곽도원이 연희단 출신 중에 제일 잘 나가지 않냐, 다 같이 살아야지, 우리가 살려줄게. 안타깝게도 촉이 왔다”고 말했다.

임 대표에 따르면 곽도원과 임 대표는 이윤택 고소인단 17명 전원을 도울 수 있는 스토리 펀딩을 제안했다. “우리가 나서서 적극 기부를 하겠다, 스토리펀딩이 부담스러우면 변호인단에 후원금을 전달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후배들은 “우리가 돈이 없어서 그런 줄 아냐”며 화를 냈고, 임 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 곽도원에게 “피해자 17명 중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건 우리 넷뿐이니 우리한테만 돈을 주면 된다. 계좌로 돈을 보내라”며 계좌번호를 알려줬다고 한다.

임 대표는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는 “오늘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가 왔다. 불쾌했다 사과해라. 뿐만 아니라 형법상 공갈죄에 해당할법한 협박성 발언들까지 서슴지 않았다”며 “‘너도 우리 말 한마디면 끝나’라는 식”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뭔가 걸리는 일이 있었다면, 여기에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그들 말대로 돈으로 입부터 막아야 했을 것”이라며 “같은 여자로서 너무나 부끄러웠고, 마음을 다친 내 배우와 다른 피해자들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고 말했다.

다만 임 대표는 언론 제보나 법적 대응을 고민했으나 미투 운동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해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임 대표는 “곽도원 배우에 대한 허위 미투 사건 이후 상처는 남았다. 출연하기로 했던 프로그램이 취소되기도 했고 영화 촬영 일정도 한 달 이상 미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위 글을 올린 사람을 고소하지 않은 건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with you 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일도 언론 제보나 형사 고소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렇지만 가만히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있을 순 없었다”고 이 같은 글을 게재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윤택 피해자 소송지원단'의 이명숙 변호사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글에 왜곡된 부분이 많아 오해의 소지가 다분이 있다"며 "전체 상황에 대한 설명도 아니고, 명백히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말했다. 소송지원단은 26일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하 임사라 변호사 글 전문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변호사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 우리나라에 ‘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가 생겼습니다. 관할 기관이 검찰청이라는 것 외에는 담당자도, 보수도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을 때였지만 기꺼이 신청하고 첫 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되었죠.

대전에 변호사 수가 500명이 돼가는 상황에서, 신청자는 20명. 그중에서도 여자변호사는 4명이어서 2년 동안 대전 지역 성범죄 사건의 3분의 1 이상이 제 손을 거쳐 갔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한 달에 50건 이상 사건을 했지만, 정작 저를 지치게 만든 건 업무량이 아닌 피해자가 아닌 피해자들이었습니다.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목소리, 말투만 들어도 이건 소위 꽃뱀이구나 알아맞힐 수 있을 정도로 촉이 생기더군요.

변호사를 그만두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들어온 지 이제 두 달이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대표가 됐단 소식이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큰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곽도원 배우 허위 미투. 스티브 잡스가 ‘connecting the dots’란 말을 했었죠. 점처럼 찍어왔던 무관한 경험들이 하나의 선이 되었다는.. 홍보회사 출신, 변호사, 성폭력 전담 업무.. 이 경험들이 다행히 하나의 선을 이루어 해프닝을 해프닝으로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제 곽배우가 연희단거리패 후배들(이윤택 고소인단 중 4명)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힘들다 도와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선배로서 도울 수 있습니다. 돕고 싶었습니다. 어젯밤 만나기로 약속했고 약속장소에 나갔는데, 변호사인 제가 그 자리에 함께 나왔단 사실만으로도 심하게 불쾌감을 표하더군요.

그 분들 입에서 나온 말들은 참 당혹스러웠습니다. 곽도원이 연희단 출신 중에 제일 잘 나가지 않냐, 다 같이 살아야지, 우리가 살려줄게(???!!!!!)

안타깝게도… 촉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배우의 마음을 알기에, 저는 이 자리에 있는 4명의 피해자뿐만 아니라 17명 피해자 전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스토리펀딩을 해보는 건 어떠냐, 그럼 거기에 우리가 나서서 적극 기부를 하겠다, 스토리펀딩이 부담스러우면 변호인단에 후원금을 전달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걸까요.

우리가 돈이 없어서 그러는 줄 아냐면서 싫다고 버럭 화를 내더군요. 그 후,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배우에게 피해자 17명 중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건 우리 넷뿐이니 우리한테만 돈을 주면 된다. 알려주는 계좌로 돈을 보내라. 고 했다더군요.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오늘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가 왔습니다. 불쾌했다 사과해라.. 뿐만 아니라 형법상 공갈죄에 해당할법한 협박성 발언들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너도 우리 말 한마디면 끝나'라는 식이죠. 이런 협박은 먹힐 리가 없습니다. 뭔가 걸리는 일이 있었다면, 여기에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그들 말대로 돈으로 입부터 막아야 했을 테니까요. 같은 여자로서 너무나 부끄러웠고, 마음을 다친 내 배우와 다른 피해자들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이분들을 만나고 나서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언론에 제보를 할까, 공갈죄로 형사고소를 할까, 우리 배우가 다시 이러한 일로 언급되는 게 맞는 일일까. 무엇보다도 나머지 피해자들의 용기가, 미투 운동이 퇴색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곽도원 배우에 대한 허위 미투 사건 이후,

상처는 남았습니다. 출연하기로 했던 프로그램이 취소되기도 했고 영화 촬영 일정도 한 달 이상 미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위 글을 올린 사람을 고소하지 않은 것은,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with you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론 제보나 형사 고소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가만히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이러한 행동을 지속한다면 자신을 헌신해 사회를 변화시키려던 분들의 노력까지 모두 쓰레기 취급을 받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변화에는 진통이 수반됩니다. 저는 미투 운동으로 우리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 제가 겪은 혐오스럽고 고통스러운 일들이 변화에 따른 일종의 진통과도 같은 것이겠지요.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미투 운동의 흥분에 사로잡힌 것 같습니다. 미투 운동이 남자 vs. 여자의 적대적 투쟁이 되어버렸죠. 이번 일을 보면, 미투 운동은 남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성에 이용당하고 성을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것을 또다시 이용하는…

저는 미투 운동이 흥분을 좀 가라앉히고 사회 전체가 조화롭게 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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