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여성연출가들 맹활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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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여성연출가가 드문 연극계에서 30대여성연출가3인이 연출력 경쟁(?)이나 하듯 일제히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어 화제다.
박찬응씨(38)가 지난달20일부터 현대예술극장에『신부부학 개론』(극단현대앙상블)을 올린데 이어 송미숙씨(30)는 지난 8일부터 보트르 이벤트홀에서『듀엣 포 원(하나를 위한 이중주)』을 공연중이며, 김아라씨(32)도 15일부터 한달간 대학로 극장에서 『독배』(극단현대극장)를 선보인다.
이들은 모두 3∼4차례의 연출경력이 있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박씨는 서강대 영문과를 거쳐 하와이 대학에서 연기연출로 석사학위를 받은후 79년 귀국,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는 중견급 연출가.
『신부부학개론』은『결혼소동』『다음해 그날』『청의 죽음』에 이은 그의 4번째 작품으로 이탈리아극작가「다리오포」의 원작을 각색까지 도맡았다.
70년대 서구사회에서 한때 유행했던「개방부부」의 모순을 코믹터치로 그리고 있는데『한쪽에 희생을 강요하는 부부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것을 제기해보고자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독배』로 대학로극장의 첫 창작극공연을 떠맡게 된 김씨는 올해 제24회 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을 받기도한 주목받는 연출가. 중앙대연극영화과를 거쳐 미국위스콘신대학및 뉴욕 헌터칼리지 대학원에서 연극연출을 전공했다.
86년 극단성좌의『장미문신』으로 데뷔,『신더스-찌꺼기들』에 이어 그의세번째 작품인『독배』는 여성극작가 정복근씨가 81년 완성한 것으로 전쟁·혁명등 사회·정치의 격변기를 거치면서 파괴돼가는 개인적 삶의 문제를 다루었다.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관객의 공간적 상상력을 최대한 일치시켜 이시대의 불협화음과 아이러니의 실체를 공간적 이미지로 구체화하려고 애썼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카페 떼아뜨르가 없어진이후 찾아보기 어려웠던 살롱드라마의 재개를 선언한것이 송씨의 이번 작품. 중앙대 연영과출신으로 해외유학파는 아니지만 85년 극단 실험극장의 『오! 나의 얼굴』연출이후 『신의 아그네스』『빠랑 떼리블』, 어린이 뮤지컬 『알라딘과 요술램프』등 의욕적인 활동을 벌여옴으로써 주목받는 신인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불치의 병에 걸려 꿈과 사랑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세계적 바이얼리니스트인 중년부인(윤석화분)이 정신과 의사(최종원분)의 도움으로 절망과 좌절을 극복하는 내용의『듀엣 포 원』은「홈·켐핀스키」원작으로 영화로서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작품.
지금까지 연극계의 여성연출가로는 강유정씨(극단 여인극장대표)를 위시, 권경선 유인형 박찬응 김아라 송미숙씨등이 있으나 현재 권경선 유인형씨등은 활동을 중단하고있는 상태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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