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 듯 보이지 않는’ 따오기, 마침내 자연의 품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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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오는 4~6월 우포늪에 첫 자연 방사될 따오기들이 케이지에서 대인 적응훈련을 받고 있다. [송봉근 기자]

오는 4~6월 우포늪에 첫 자연 방사될 따오기들이 케이지에서 대인 적응훈련을 받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08년부터 증식된 창녕 우포늪 따오기가 10년만인 오는 4~6월 우포늪(가로 2.5㎞, 세로 1.6㎞)에 첫 자연 방사된다. 1979년 판문점 인근 대성동에서 목격된 뒤 한반도에서 사라진 따오기가 복원사업을 거쳐 완전한 야생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남 창녕군 우포따오기복원센터(이하 센터)는 “따오기를 방사하는 것을 환경부와 협의 중이며, 올해는 자연부화도 시도한다”고 22일 밝혔다.

창녕 우포늪 복원센터 실험 주목 #복원 10년 만에 309마리로 늘어 #20여 마리 선발해 4~6월 첫 방사 #서식지 조성하고 야생 적응 훈련 #“먹이활동 험난, 생존율 50% 그칠 것”

현재 사육 중인 313마리의 따오기 가운데 2008년 이후 중국에서 들여온 4마리를 제외한 308마리는 인공부화, 나머지 1마리는 ‘일부’ 자연부화로 태어났다. 센터 따오기 수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센터는 그동안 따오기 알을 온·습도를 자동 조절하고 2시간마다 돌려주는 부화기에서 인공 부화(28일)한 뒤 계란 노른자·미꾸라지 등을 먹여 키웠다. 인공부화가 자연부화보다 생존율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이 가운데 1~3년생 따오기 20여 마리를 자연 방사용으로 선발했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초대형 돔 케이지(높이 20m, 넓이 3300㎡)에서 적응훈련을 받고 있다. 오전 6시와 오후 5시에는 둥지와 먹이터를 오가는 비행훈련을, 오전 9시 전후에는 습지에서 미꾸라지·지렁이 같은 먹이를 잡아먹는 훈련을 한다. 심한 사람·차 소리 등에 놀라지 않게 하는 대인·대물 적응 훈련도 한다.

방사에 대비해 2014년부터 우포늪 인근 무논 16㏊에는 먹이가 살 수 있는 웅덩이 등 서식지를 조성했다. 2016년부터는 무논 주변 22개 마을 주민에게 따오기와 마주쳤을 때의 대응법을 교육하고 친환경 농법을 유도하고 있다.

2014년부터 자연 방사에 성공한 중국·일본을 벤치마킹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5가지 프로그램(비행과 사냥훈련, 사회성 훈련 등)을 운영 중인 것이다. 방사용 따오기는 현재 케이지에서 나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룹을 유지하며 함께 이동하거나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방사되는 따오기의 등에는 태양광 충전기능이 있는 위치추적기(가로 63㎜ 세로 35㎜ 높이 14㎜)를 달아 2시간마다 2년간 위치를 파악할 예정이다. 위치추적은 해외까지 할 수 있다. 또 우포늪에 수시로 촬영 가능한 드론을 띄워 관찰하기로 했다. 이동 경로와 생활상을 추적해 따오기가 완전한 야생으로 살아가도록 보살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사 따오기의 생존율을 50% 정도로 본다. 일본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따오기 254마리를 방사했으나 절반인 129마리만 생존해서다. 전문가들은 먹이 활동이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센터 김성진(생물학) 박사는 “자연 방사는 케이지에 갇혀 있던 따오기가 적자생존이라는 자연 생태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의미가 있다”며 “자연 방사가 성공해야 진정한 의미의 복원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올해 암수 따오기 72마리를 대상으로 어미가 케이지에서 낳은 알을 직접 품어 새끼가 태어나게 하는 자연부화도 유도하기로 했다. 이성봉 창녕군 우포늪관리사업소 담당은 “따오기 한 쌍은 한번에 3~4개의 알을 낳는데, 이 알을 가져오면 3~4개를 더 낳는다”며 “처음 가져온 알은 인공부화, 나머지는 자연부화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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