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카다피로부터 660억 받아” 48시간 구금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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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카다피(오른쪽)로부터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카다피(오른쪽)로부터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2007~2012년 집권했던 니콜라 사르코지(63) 전 프랑스 대통령이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으로부터 거액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다. 사르코지뿐 아니라 전직 장관 등 그의 측근들도 부패 혐의로 고강도 수사를 받게 되면서 프랑스 정계가 요동치고 있다.

2007년 대선 직전 … 당사자는 부인 #돈 전달 맡았던 당시 내무장관 #대선 뒤 대통령 비서실장 지내

20일(현지시간) 오전 파리 근교의 낭테르 경찰은 불법정치자금 수수, 돈세탁, 탈세 등의 혐의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구금하고 심문 중이다. 사르코지는 2007년 대선 직전 카다피(2011년 사망)로부터 최대 5000만 유로(660억원 상당)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다. 당시 법정 선거비용 2100만 유로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2013년 탐사보도 매체 메디아파르의 보도다.

사르코지 측이 카다피로부터 거액을 건네받았다는 내용을 리비아 정보국장의 서명이 담긴 문서를 확보해 보도한 것이다. 프랑스 사정 당국은 이후 내사를 벌여왔다.

당시 자금 전달책으로 알려진 프랑스계 레바논인 사업가 지아드 타키딘은 150만~200만 유로가량을 현금으로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직접 파리로 배달했다고 해당 매체에 털어놨다. 그에 따르면 이 자금은 카다피의 오른팔이었던 리비아 정보국장 압달레 세누시가 조달한 것이었다.

타키딘은 2016년 프랑스 검찰 조사에서도 2006년 말~2007년 초 자신의 불법자금 전달을 실토했다고 가디언 등이 전했다.

이 돈은 클로드 게앙 당시 내무장관을 통해 대선 후보였던 사르코지에게 전달된 것으로 프랑스 경찰은 보고 있다. 게앙은 2007년 사르코지 캠프의 총책임자를 지낸 뒤 사르코지의 대선 승리 후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사르코지는 48시간 구금 조사 후 구금 연장이나 구속 여부 등이 결정된다.

사르코지는 2007년 대선 승리 후 카다피를 파리로 초청해 무기와 원전 세일즈에 나섰다. 엘리제 궁 환영 만찬에 사르코지의 각료 일부는 중동의 독재자를 초청한 데 반발해 불참했다.

2011년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는 유로 뉴스에 “사르코지는 리비아로부터 선거 자금으로 받은 돈을 돌려줘야 한다. 우리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르코지는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해왔다. 프랑스가 나중에 리비아 공습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음해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의혹을 보도한 메디아파를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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