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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키즈] '삐딱하고 재미있는 세계 탐험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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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하고 재미있는 세계 탐험 이야기/진 프리츠 지음, 이용인 옮김/푸른숲, 8천5백원

지식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는 청소년들이 균형잡힌 시각을 제공해줄 역사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청소년들은 비판 의식이 움트고 있으나 알고 있는 지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설득력을 지닌 이야기라면 쉽게 믿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청소년기에 얻은 지식은 어른이 되어서 고정관념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청소년기에 어떤 책을 읽느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세계사는 승리자.정복자였던 유럽의 관점에서 쓰여진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책을 읽다보면, "식민지 정복은 유럽인만이 가진 탐험 정신의 발로"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과연 그럴까.

오랜만에 중학생을 주요 독자층으로 삼아 출간된 '삐딱하고 재미있는 세계 탐험 이야기'는 이런 생각을 뒤집는다. 물론 책 제목이 '탐험 이야기'인 만큼 아프리카 해안 탐험을 후원했던 포르투갈 엔리케 왕자,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 캘리컷에 도달했던 바스코 다 가마, 아메리카가 신대륙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아메리고 베스푸치 등 탐험가의 이야기가 기둥 줄거리다.

그러나 이 탐험들이 향료와 금을 싸게 얻으려던 탐욕의 여행이었다는 사실을 속속들이 드러낸다. 그때까지 향료 같은 무역상품은 아랍 상인과 베네치아.제노바 상인이 독점해 엄청난 웃돈을 줘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콜럼버스와 다 가마가 원주민들에게 행했던 악행까지 소개하며, 자신들의 땅에서 자유와 평화, 가족과 목숨을 한순간에 잃어버려야 했던 원주민들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중국 후베이(湖北)성에서 선교사 부모 밑에 태어났다는 작가 진 프리츠는 세계 각지를 돌며 어린 시절을 보낸 탓인지 서구인 중심의 사고방식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다. 따라서 탐험가에게 으레 따라붙는 '위대한''강인한' 따위의 수식어는 책에서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현재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에 해당되는 히스파니올라를 발견하고 총독까지 지낸 콜럼버스를 "무능했다"고 표현하고, 이슬람 교도가 탄 여객선 한 척을 불질러버리고 여자와 아이 등 모든 승객을 죽인 뒤 인도 캘리컷 왕에게 "이슬람 교도들을 모두 없애버리리라"고 편지를 보냈다는 광기어린 다 가마의 이야기도 그대로 실었다.

캐나다 동부 '뉴펀들랜드'를 발견한 존 캐벗은 자신의 이발사에게 섬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떠버리'였다고 소개한다.

어쨌든 지금의 지도 모양은 이들의 탐험 덕에 완성됐다. 이 탐험가들이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작가는 원주민을 노예로 만들고 학살한 것에 별다른 죄의식이 없었던 탐험가들을 슬쩍 비꼬며 서양 편향적 시각에서 벗어나 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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