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착용, 옷장 정리 손쉽게 하려다 … 창업까지 하게 됐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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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강원대 이재경씨가 직접 개발한 렌즈웨어를 들고 있다. [박진호 기자]

강원대 이재경씨가 직접 개발한 렌즈웨어를 들고 있다. [박진호 기자]

“혼자 렌즈를 끼는 게 어려워 원터치 렌즈 웨어를 만들었어요.”

아이디어로 무장한 시민발명가들 #원터치 렌즈웨어 개발한 대학생 #드레스북·세면기밸브 만든 주부 #생활불편 개선 제품들 특허 출원 #특허청 예비창업자 사업 지원도

강원대 4학년 학생인 이재경(24) 씨는 2년 전부터 시력 보정과 운동 시 안전을 위해 콘택트렌즈를 착용했다. 하지만 렌즈를 착용하는 게 서툴러 무리하게 착용하다 보니 각막염과 결막염 등 각종 안구질환에 시달려야 했다. 친구들과 대화하던 중 다른 사람도 렌즈끼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씨는 렌즈 착용을 도와주는 ‘렌즈웨어’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2월 창업 동아리를 만들었다. 이어 3D 프린트를 활용해 제품 모형 제작에 나섰다. 이 제품은 눈 주변을 덮을 수 있는 큰 덮게 안쪽에 렌즈를 올려놓은 뒤 바깥쪽으로 연결된 버튼을 눌러 렌즈를 착용하는 방식이다. 이씨는 “완성된 제품을 만든 뒤 내년 졸업과 동시에 창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활 속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시민 발명가 창업이 이어지고 있다. 작은 아이디어에서 힌트를 얻어 제품을 만들고 사업화까지 한다. 요식업 위주의 ‘어쩌다 창업’에서 진화한 프로슈머(prosumer·제품 생산과 판매에 관여하는 소비자)의 도전이다.

심봉옥 대표가 청주 사무실에서 자신이 만든 드레스북을 보여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심봉옥 대표가 청주 사무실에서 자신이 만든 드레스북을 보여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옷을 간편하게 정리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 주부도 있다. 심봉옥(63·여) 드레스북 대표는 4년 전 자신이 디자인한 ‘드레스북(Dress book)’을 특허 출원했다. 어떤 옷이든 책 받침 모양의 도구에 넣고 4번을 접으면 책 한권으로 정리되는 제품이다. 심 대표는 “계절이 바뀌면 옷장 안에 있던 옷을 모두 꺼내서 다시 정리해야 했다”며 “공들여 접었던 옷이 흐트러지는 데다 찾기도 번거로워서 드레스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드레스북은 현재 심 대표외에 직원 1명을 둔 소기업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 7월부터 홈쇼핑에서 100만장 이상 팔렸다.

성진기업 김정아(42·여) 대표는 머리카락 때문에 막히는 세면대로 스트레스를 받자 막히지 않는 세면기 밸브를 만들었다. 함경북도 청진시가 고향인 김씨는 탈북 후 선교 일을 하던 남편을 만나 2011년 결혼했다.

김씨 부부는 자주 막히는 세면대 배수구 때문에 말다툼을 하게 됐고, 해결책을 찾던 중 ‘속 시원한 세면기’를 발명했다. 김씨는 기존 세면기 배수구 밸브에 우산 모양의 구조물을 추가해 머리카락이 걸리지 않도록 했다. 김씨는 “제품을 만들어 욕실에 설치했는데 세면기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6년 11월 특허를 출원한 뒤 지난해 창업에 성공했다.

일반인들의 발명 창업이 늘면서 특허청은 지난해부터 IP(지식재산) 디딤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6개 광역지식센터와 함께 예비창업자 아이디어를 발굴, 특허 등록을 지원하고 각 대학 창업보육센터로 연계해 주는 사업이다. 지난해 1121건의 아이디어를 발굴해 758건의 지식재산 권리화를 했다. 송상용 특허청 지역산업재산과 사무관은 “예비창업자의 지식재산 권리화를 돕고 발명이 도용되거나 사장되지 않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종권·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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