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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부터 현장소장까지…하청에 '갑질'해 수억 받은 대림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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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상주·영천간 고속도로. 대림산업 전·현직 임직원들은 이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억원 대 금품을 하청업체로부터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포토]

하늘에서 본 상주·영천간 고속도로. 대림산업 전·현직 임직원들은 이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억원 대 금품을 하청업체로부터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포토]

하청업체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대림산업 전·현직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입건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2011~2014년 공사비 허위 증액 등 부정 청탁과 함께 6억 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수수 등)로 대림산업 김모(63) 전 대표 등 전·현직 임직원 11명을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거절할 수 없었던 노골적 금품요구 #33년 된 하청업체 H사는 결국 폐업

입건된 전·현직 임직원들은 “하청업체 평가를 잘 주겠다” “설계변경해 공사비를 증액하려면 본사와 발주처 접대비가 필요하다”는 등의 요구를 하며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림 측에서 하청을 받던 중소건설업체 H사는 당시 ‘상주·영천간 민자고속도로 사업’, ‘하남·미사 택지지구 조성’ 사업 등의 토목공사에 참가하고 있었다. H사 관계자는 “수십년째 대림과만 거래를 하고 있어 그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대림산업 임직원들은 하청업체에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고 한다. ‘상주·영천간 고속도로’ 공사 현장소장을 맡았던 백모(45·구속)씨는 “딸이 대학에 입학해 차가 필요한데 좀 알아봐달라”고 요구해 BMW 승용차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권씨는 이밖에도 접대비 등 명목으로 13차례에 걸쳐 총 2억여원의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H사는 고속도로 공사 감리단장에게도 공사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1600만원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남·미사 보금자리지구’ 현장소장 권모(60·구속)씨 등도 “발주처인 LH공사 감독관에 접대를 해야 한다”며 10회에 걸쳐 1억4500만원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권씨가 “이번 기회에 인사를 제대로 하는 게 좋지 않겠냐”며 당시 회사 본부장에게도 상납을 종용했다고 설명했다. 권씨의 권유에 따라 H사는 당시 토목사업본부장이던 대림산업 김모(63) 전 대표에게 2000만원의 현금을 건낸 것으로 조사됐다. 아들 결혼식의 축의금 명목이었다. 경찰은 김 전 대표도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H사 측은 접대비 제공에 응하지 않으면 대림산업 측이 중간정산금을 주지 않는 등 횡포를 부려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H사 대표 박모씨는 “현장에 장비가 많게는 100대 가까이 들어가는데 (접대비 제공에 응하지 않으면) 현장을 세워버린다. 돈이 다 날아가는데 대림 말을 안 들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현금은 주로 소장 사무실에서 줬고 현장 직원들의 경우에는 현장에서 직접 줬다”며 “33년 동안 운영한 매출 300억원 짜리 회사가 이번 일을 겪으며 대림 측이 수백억원대 대금을 주지 않아 폐업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형건설사의 갑질 관행이 여전히 만연해 있다고 보고있다. 잘못된 관행이 근절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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