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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빈곤 아동, 19일부터 빅데이터로 빨리 찾아 보호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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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등 각종 위기 상황에 놓인 아동을 찾아내기 위한 정부의 빅데이터 시스템이 가동된다. [중앙포토]

학대 등 각종 위기 상황에 놓인 아동을 찾아내기 위한 정부의 빅데이터 시스템이 가동된다. [중앙포토]

17살 보형(가명)이는 아버지와 함께 한 평 남짓한 여관에서 살고 있다. 방에는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였고, 참기 힘든 악취가 가득했다. 그런데 동 주민센터 공무원이 정부 시스템에 올라온 정보로 보형이가 위험에 처했다는 걸 알게 됐다. 직접 집을 방문한 이 담당자는 주거 환경이 가장 큰 문제라고 판단했다. 주거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신청한 뒤 교육 서비스도 지원했다. 아버지의 방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아동보호전문기관에도 조사를 의뢰했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전국 확대 적용 #확인 어려운 학대·빈곤 등 해결할 목적 #접종 여부 등 위험 확인해 읍면동 통보 #공무원 현장 확인 후 필요한 지원 실시

6살 선혜(가명)는 언어 발달이 또래보다 늦다. 출산 당시 부모가 미성년자라서 양육이 미숙했기 때문이다. 정부 시스템이 선혜가 위기에 놓였다는 점을 파악했다. 이를 전달받은 현장 공무원이 상담을 거쳐 복지지원 대상자로 선혜를 선정했다. 아이에겐 언어 치료와 생활비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다.

학대·빈곤 등 각종 위기에 처한 아동을 빅데이터로 빨리 찾아내서 보호하는 시스템이 마련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내용의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이 19일부터 전국에서 개통된다고 18일 밝혔다. 1차로 2만1000여명의 위기 아동 명단이 각 읍면동 주민센터에 전달되고, 담당 공무원이 5월 말까지 현장 확인을 마치게 된다.

그동안 아동학대는 은폐된 공간에서 의사 표현이 어려운 아동에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아동이 숨지거나 크게 다친 뒤에야 학대 사실이 밝혀지곤 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도 행정 자료 미비 등으로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19일부터 전국에서 활용되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개요. [자료 보건복지부]

19일부터 전국에서 활용되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개요. [자료 보건복지부]

복지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사회보장서비스 정보를 확인해서 보호가 필요한 가정을 먼저 예측하고 찾아내는 시스템을 지난해 개발했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장기 결석 여부 ▶영유아 건강검진ㆍ예방접종 실시 여부 ▶병원 방문 기록 등을 바탕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위험성이 확인되면 각 읍면동에 2개월 단위로 명단을 통지한다.

위기 아동 정보를 받은 읍면동 공무원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양육 환경을 확인하게 된다. 복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드림스타트 등 서비스 제공 기관과 연결해준다. 학대가 의심되면 경찰ㆍ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알려 추가 조사에 나서게 된다.

이보미 복지부 아동권리과 사무관은 "아동이 있는 빈곤 가정의 복지 서비스 수요를 집중적으로 확인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일차적으로는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발견하는 것이고, 현장 조사에서 학대 위기 징후를 확인하면 아동을 보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국 확대 적용에 앞서 실시된 시범사업에서도 일정 부분 효과가 확인됐다. 지난해 9월~올해 2월 수도권 66개 시군구(974개 읍면동)에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이 활용됐다. 1만3000여명이 위기 아동으로 예측됐고, 읍면동 공무원이 양육 환경과 복지 수요를 살펴봤다. 그 결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 620명에겐 교육ㆍ의료 등 각종 복지 서비스가 제공됐다. 아동 학대 징후가 발견된 6명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조사 의뢰 등 후속 조치가 이뤄졌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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