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페더러와 진짜 대결에서 0-2 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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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2·한국체대·세계 26위)과 ‘황제’ 로저 페더러(37·스위스·1위)가 드디어 진검 승부를 벌였다. 승자는 페더러였다.

로저 페더러와 BNP 파리바오픈 8강전에서 대결하고 있는 정현. [AP=연합뉴스]

로저 페더러와 BNP 파리바오픈 8강전에서 대결하고 있는 정현. [AP=연합뉴스]

정현은 16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 웰스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BNP 파리바오픈 남자단식 8강전에서 페더러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0-2(5-7, 1-6)으로 졌다.

정현은 올해 출전한 6개 대회 중 5개 대회에서 8강에 진출했다. ASB 클래식 8강을 시작으로, 호주오픈 4강, 델레이비치오픈 8강, 멕시코오픈 8강, 그리고 이번 대회 8강까지, 5개 대회 연속이다.

정현이 페더러를 만나는 건 올 시즌 벌써 두 번째다. 첫 대결은 1월 26일 호주오픈 4강전이었다. 기대와 관심이 집중됐지만, 발바닥 부상 탓에 2세트 도중 기권했다. 페더러를 만나기까지 7경기에서 20세트를 뛰면서 부상을 당했고 체력이 고갈됐다.

그로부터 49일 만의 재대결. 상황은 많이 달랐다. 정현의 몸 상태가 호주오픈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다. 8강까지 총 3경기에서 7세트를 뛰면서 체력을 비축했다. 정현은 호주오픈 때처럼 무기력하지 않았다. 경기 초반에는 페더러의 빠른 공격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지만 점점 살아나면서 접전을 펼쳤다.

정현과 두 번째 대결을 펼치고 있는 로저 페더러. [AP=연합뉴스]

정현과 두 번째 대결을 펼치고 있는 로저 페더러. [AP=연합뉴스]

1세트에서 정현은 첫 서브게임을 페더러에게 브레이크 당하면서 0-3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4번째 게임부터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킨 후, 페더러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해 2-3까지 쫓아갔다.

긴 랠리에도 밀리지 않고, 페더러의 다양한 네트 플레이에도 잘 막아냈다. 이후 서로의 서브게임을 잘 지켜 5-5까지 대등한 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페더러의 정교한 서브는 막을 수 없었다. 1세트에만 서브에이스를 9개나 기록한 페더러에게 5-7로 내줬다. 정현의 1세트 서브에이스는 0개였다.

2세트에서 정현의 몸은 무거워 보였다. 페더러가 코트 구석구석으로 꽂는 공을 잘 따라가지 못했다. 페더러의 각도 큰 서브는 여전히 잘 들어갔다. 1-5로 뒤진 상황에서 페더러의 마지막 서브에이스를 막지 못하고 1-6으로 졌다. 페더러는 이날 12개의 서브에이스를 기록한 반면, 정현은 한 개도 없었다.

정현은 호주오픈 4강 진출 등으로 이번 BNP 파리바오픈 직전까지 상금으로만 77만8546달러(약 8억3000만원)를 벌었다. 이번 대회는 총상금이 797만2535달러(약 85억원)로, 메이저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를 빼고는 가장 상금이 많은 대회다. 정현은 8강 진출로 상금 16만7195달러(약 1억8000만원)를 확보해, 시즌 상금 10억원을 돌파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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