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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외교 복심 이용호는 왜 스웨덴 갔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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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북한 관영 매체가 16일 이용호 외무상의 스웨덴 방문을 짤막이 보도했다. 다음 달 남북 정상회담과 5월로 예상되는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외교 수장이 스웨덴을 방문한 목적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와중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는 간단했다. “외무상 이용호 동지와 일행이 스웨리예(스웨덴)를 방문하기 위해 15일 평양을 출발하였다”며 “이용호 동지는 마르고트 엘리자베스 발스트롬 외무상을 만나 쌍무관계와 호상(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한 의견교환을 진행하게 된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관영 라디오인 조선중앙방송은 16일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외무성 부상 최희철 동지와 마르티나 아버그 소모기 주조(주북) 스웨덴 임시 대리대사가 전송했다”고만 전했다.

북한 이용호 외무상은 김정은의 외교 복심으로 통한다. 사진은 그가 지난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 차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모습. [중앙포토]

북한 이용호 외무상은 김정은의 외교 복심으로 통한다. 사진은 그가 지난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 차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모습. [중앙포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왜 지금 스웨덴으로 이용호 외무상을 보냈을까. 이 외무상의 동행인 최강일 외무성 부국장과 행선지인 스웨덴을 보면 답이 나온다. 최강일은 북한 외무성의 대표적인 미국통이다. 지난달 25~28일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함께 방한하기도 했다. 당시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함께 방한했던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과 만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스웨덴은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으며 북한과 외교관계가 없는 미국ㆍ캐나다ㆍ호주의 영사 업무를 대행하는 창구를 담당해왔다. 북ㆍ미 정상회담이 열릴 유력 후보지로도 거론되어온 곳이다.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스웨덴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를 도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중재자로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용호 외무상과 최강일 부국장의 스웨덴 방문은 그 첫 발걸음인 셈이다.

지난달 25일 방한하는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부국장의 모습. [중앙포토]

지난달 25일 방한하는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부국장의 모습. [중앙포토]

이용호 외무상이 직접 나섰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용호는 대를 이어 북한 정권에 충성해오고 있는 인물로, 김정은의 신임이 두텁다. 이용호의 아버지인 이명제 전 조직지도부 부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측근이었다. 대를 이어 내리 충성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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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는 평양외국어대 영어학부를 졸업하고 주영 북한대사를 지냈으며 영어에도 능통한 편이다. 1990년대 초부터 대미 협상에 참여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김정은이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던 2010년 외무성 부상 자리에 올랐다. 2011년 김정일이 사망한 뒤 집권한 김정은은 그를 2016년 7차 노동당 대회에서 외무상으로 임명하며 자신의 ‘외교 복심’으로 인정했다.

한미 정부 내에서도 이용호에 대해선 “북한의 이익을 강변하지만, 최소한 말은 통하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이용호 외무상을 스웨덴으로 보낸 것은 북미 정상회담 탐색전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 외무상의 방문에 대해 언급을 꺼리고 있다. 통일부 이유진 부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주요 의제에 대해서는 관련국의 문제이기에 저희가 설명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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