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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보라카이 리조트 폐쇄로 관광객 강제 이동”…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필리핀의 유명 관광지인 보라카이 현지 상황이 심상찮다.
정부에 의한 60일간 잠정 폐쇄 조치가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사전에 관광시설들이 잇따라 폐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광객들도 원치않는 숙박지 이동 등으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현지 언론 “관광객들 원치않는 숙박지 이동 등 큰 불편” #경찰 등 “위생ㆍ환경 법규 어겨 폐쇄 조치 집행” #관광청 관리 “보라카이 부활 6개월 폐쇄로도 힘들 듯” #필리핀 관광청 서울지사는 여전히 침묵 중 #홈피 등서 ‘세부로 오세요’ 여행객 호객에만 열중 #업계 “리콜 차량 거론 않고, 신차 홍보만 치중 격”

15일 필리핀 당국에 의해 폐쇄조치를 당한 ‘보라카이 웨스트 코브 리조트’ 리조트. 현지 매체인 인콰이어러는 ’이 고급 리조트가 경찰 등에 의해 폐쇄조치 됐다. 투숙객들은 원치 않는 숙박지 이동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사진=인콰이어러]

15일 필리핀 당국에 의해 폐쇄조치를 당한 ‘보라카이 웨스트 코브 리조트’ 리조트. 현지 매체인 인콰이어러는 ’이 고급 리조트가 경찰 등에 의해 폐쇄조치 됐다. 투숙객들은 원치 않는 숙박지 이동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사진=인콰이어러]

15일(현지시간) 필리핀 언론 매체인 인콰이어러는 “보라카이의 고급 숙박시설인 ‘보라카이 웨스트 코브 리조트’가 폐쇄 당했다”며 “경찰을 비롯해 지방정부 공무원들이 현장에 출동해 리조트 폐쇄를 집행했다”고 전했다.
지방정부의 고위 인사인 로웬 아기레는 “폐쇄된 리조트는 환경ㆍ위생 등과 관련한 적절한 허가를 받지 않고 영업을 해왔다. 당국의 인가 없이 불법 건축물을 지어 영업에 활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인콰이어러는 또 리조트에 묵고 있던 관광객들에게도 다른 곳으로 숙박지를 옮기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전했다. 리조트가 갑자기 폐쇄되는 바람에 투숙객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보라카이 관광시설의 폐쇄는 계속될 전망이다. 법규를 어기고 해변에 들어선 호텔들의 철거도 추진되고 있다. 또 하수시설을 6개월 내에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시설들은 허가가 취소돼 영업이 금지될 전망이다.

필리핀 관광청 서울지사가 보라카이 폐쇄 여부로 한국 관광객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와중에도 또다른 유명 휴양지인 세부 홍보에만 치중해 빈축을 사고 있다. 보라카이 폐쇄 여부에 대한 정보는 서울지사 홈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사진은 지난 13일 올라온 세부 관광객 호객 홍보자료.

필리핀 관광청 서울지사가 보라카이 폐쇄 여부로 한국 관광객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와중에도 또다른 유명 휴양지인 세부 홍보에만 치중해 빈축을 사고 있다. 보라카이 폐쇄 여부에 대한 정보는 서울지사 홈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사진은 지난 13일 올라온 세부 관광객 호객 홍보자료.

업계 관계자는 “보라카이의 현지 유명 리조트가 갑자기 폐쇄돼 투숙객들이 다른 곳으로 옮기는 상황까지 벌어진 만큼 한국 여행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지 매체인 마닐라 불리틴은 “정부가 보라카이를 부활시키기 위한 새로운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프레데릭 아레그레 관광청 차관보는 “(필리핀 정부는) 보라카이 문제를 잘 알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적했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지 지난 3개월 동안 논의했다”고 말했다.

필리핀 휴양지 보라카이의 낙조.

필리핀 휴양지 보라카이의 낙조.

아레그레 차관보가 이미 CNN을 통해 언급했던 “60일간 보라카이 폐쇄 검토 조치”와 관련, 관광청의 한 고위 관리는 “제시된 잠정 폐쇄기간(60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언급한 6개월 간의 비상사태(state of calamity)로도 보라카이의 재생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필리핀 관광청 서울지사(지사장 마리아 아포)는 한국인 관광객 피해가 우려되는 보라카이 문제에 대해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오히려 또 다른 인기 휴양지인 세부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지사는 보라카이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13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세부: 필리핀의 서울, 한국인 방문객 점차 늘어’라는 홍보자료를 내놓았다. 세부를 서울에 비유하면서 한국 관광객들을 호객하기 위해서다.

보라카이 관련 자료는 지난 8일 내놓은 ‘더 깨끗해지고 있는 보라카이, 천연 자연의 아름다움을 빠르게 회복하는 중’이라는 제목을 단 홍보물 뿐이다. 여기에도 보라카이 폐쇄 여부에 대한 정보는 없다. 보라카이 이슈가 국제적으로 알려진 이후인 3월에도 서울지사는 여전히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보라카이로 오라고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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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필리핀 관광청 서울지사의 대응 방식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마치 자동차 제조업체가 기술 결함이 발생해 리콜해야할 차종에 대해선 아무 말을 않고, 신차 홍보에만 매달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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