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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삼성의 조촐한 생일잔치…‘삼성 때리기’에 풀죽은 80년 성장 신화

중앙일보

입력

삼성의 80번째 생일잔치는 조용하게 치러졌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은 22일 별도의 창립 80주년 기념식 없이 삼성의 80년사를 기록한 사내 방송과 온라인 사진전을 보는 것으로 기념행사를 대신했다. 방송에서는 ‘새로운 미래를 열자’는 화두를 던졌고, 사진전의 마지막 사진은 비워 놓아 ‘삼성의 미래 주인공은 당신’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1938년 3월 '삼성상회'라는 대구의 작은 상점으로 시작한 삼성은 반도체ㆍTVㆍ디스플레이 등에서 세계 1위인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80년새 자산은 3만원에서 363조원으로, 임직원 수는 40명에서 약 50만명으로 불었다.

어느 때보다 성대하게 자축할 일이지만 회사 분위기는 우울하다 못해 비참하다. 요즘 삼성 임직원들 사이에선 “삼송합니다”라는 유행어가 돈다. ‘삼성이어서 죄송하다’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다.

이는 이건희 회장의 오랜 와병과 국정농단에 연루돼 지난달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일선 복귀가 지연되고 있고, 이명박 전 대통령 소송비 대납 사건,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등 대형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부담은  ‘삼성 때리기’다. 사정 당국인 검찰ㆍ국세청 등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신규 순환출자 금지 가이드라인 번복)ㆍ금융위원회(차명재산에 대한 차등 과세),국토교통부 등 정부까지 나섰다. 이미 내려진 유권 해석도 타깃이 삼성이면 쉽게 뒤집힌다.

현장 소통 간담회를 위해 LGㆍ현대차ㆍSK그룹을 차례로 찾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재계 1위 삼성을 아직까지 방문하지 않은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에선 사실상 삼성을 타깃으로 한 입법 추진이 진행되고 있고, 정치인들은 삼성에 대해 험한 말을 쏟아낸다. 방송 3사까지 연일 삼성을 비판하는 내용을 경쟁적으로 보도하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의 협력회사 대표는 “대부분 논란이 있는 사안인데, 삼성의 입장을 해명하는 목소리는 내보내지 않고 한 방향으로 일방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며 “옆에서 지켜보기 안쓰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날부터 한 달간 대대적인 사회공헌활동에 나선다. 복지시설과 지역사회 등을 방문해 기부금과 물품을 전달하고, 일손이 부족한 곳을 직접 찾아 방문 봉사를 펼친다. 하지만 삼성은 이에 대한 홍보 활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 자칫 보여주기식 행사로 오해를 살까 우려해서다.

현재 삼성은 무엇을 해도 욕을 먹는다. 삼성에 중립적이거나 우호적인 발언을 하는 이들은 순식간에 ‘적폐’로 취급받는다. 심지어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최근 ‘미투 운동’의 배후에 삼성이 있다는 말도 안 되는 글들까지 나돈다. ‘진보 진영을 흔들 정도의 고급 정보를 가진 곳은 삼성밖에 없다’는 게 이 음모론의 황당한 근거다.

삼성전자만 올해 7조원 이상의 법인세를 낸다. 한국의 수출 약 4분의 1을 담당한다. 최근 폐막한 평창 겨울올림픽을 유치한 데는 삼성의 노력이 결정적이었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기부ㆍ사회공헌을 하는 기업도 바로 삼성이다. 무차별적인 비판에 이런 삼성의 공적까지 폄하ㆍ훼손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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