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내렸지만 … 멤버십 혜택 축소 고객에 불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1. LG유플러스는 1월부터 편의점 GS25에서 쓸 수 있는 멤버십 할인 횟수를 1일 2회에서 1일 1회로 줄였다. 멤버십 할인율을 15%에서 10%로, 무제한이었던 할인 횟수를 1일 2회로 줄인 지 불과 1년도 안 돼서다.

풍선효과 부른 정부 정책 #수익 악화 우려하는 통신 3사들 #영화·제과 할인율 4분의 1로 줄여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비용 전가도 #한 해 버려지는 포인트 5000억대 #통신비 납부 등 활용 방안 마련을

#2. 현대 H몰에서 쓸 수 있는 매월 1만원 쿠폰을 자사 고객들에게 증정하던 KT는 새해부터 쿠폰 대신 7% 할인 서비스를 내놨다. 그러나 쌀·분유 등 생필품은 할인 품목에서 자동으로 제외된다. 한 달에 한 번 KT 고객들에게 증정하던 이마트 할인 쿠폰은 5000원에서 2000원으로 줄었다.

어쩔 수 없는 풍선효과로 봐야 할까, 아니면 ‘눈 가리고 아웅’식 꼼수일까. 정부의 통신비 인하 강행 정책으로 통신사들이 지난해 9월 선택약정 할인율을 20%에서 25%로 올리면서 수익 감소로 이어지자, 이에 대한 대응책 중 하나로 ‘멤버십 할인 혜택 축소’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SK텔레콤은 최근 고가의 요금제를 쓰는 VIP 고객들에 대한 파리바게뜨 할인율을 15%에서 일반 고객과 같은 10%로 줄였다. 12년 전인 2006년 VIP 고객에 대한 파리바게뜨 할인율이 40%였던 것에 비하면 10여 년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VIP 고객에게 한 달에 두 번씩 무료 영화 예매 혜택을 줬던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월 1회로 횟수를 줄였다. 그것도 VIP 고객 중에서도 ‘영화 할인’ 카테고리를 선택한 사람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할인율이나 할인 횟수 축소는 그래도 ‘양반’이다. 머리를 한 번 더 굴려야 혜택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KT 고객은 신라명과에서 10% 할인받을 수 있지만 파리바게뜨·파리크라상을 이용할 때는 1000원당 100원 할인을 받는다. 언뜻 보면 같은 얘기지만 후자는 할인 혜택이 더 적다. 신라명과에서 9900원어치 빵을 사면 990원을 할인받을 수 있지만 파리바게뜨에서 9900원어치 빵을 사면 900원만 할인받을 수 있다.

10년 전에도 연간 최대 10만 점(10만원치)씩 주던 멤버십 포인트가 여전히 비슷한 것도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었음을 의미한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똑같은 할인율을 제공하더라도 고객들이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줄어드는 셈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만이 연간 90만원 통신비를 납부한 일부 VIP 고객들에게 무제한으로 할인 한도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통신사 관계자는 “혜택이 줄어든 곳도 일부 있지만, 반대로 멤버십 사용 횟수를 늘리고 신규 제휴를 맺은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편의점 ▶제과점 ▶영화관 ▶카페에서 혜택을 줄이고 계열사 구단 스포츠 경기·렌터카·리조트 등 일부 여가 시설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것은 효용성이 낮다는 게 소비자단체들의 지적이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통신사들이 멤버십 할인 비용을 가맹점들에 전가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통신사들은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멤버십 할인 비용을 최대 100%까지 분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뚜레쥬르 같은 경우 멤버십 할인 비용 중 88.4%를 가맹점과 가맹본부가 내고 나머지 11.6%만 통신사가 분담한다. 미스터피자와 피자헛 같은 경우는 통신사는 0원을, 가맹점이 할인 금액을 전부 부담하고 있었다.

통신사들이 멤버십 혜택을 더 줄여 가는 것은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과도 관련이 있다. 지난해 정부가 선택약정 할인율을 상향하는 방안을 밀어붙인 데다 올해는 2만원대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통신 3사가 모두 수익 악화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수령하는 멤버십 포인트가 8만 점(8만원어치)이 넘는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멤버십 포인트 중 59.3%는 쓰지 못하고 소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쓰지 못하고 사라지는 멤버십 포인트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