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하일지 “‘동백꽃’서 점순이도 성폭행···미투해야겠네” 조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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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하일지. [중앙포토]

소설가 하일지. [중앙포토]

소설가 겸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인 하일지(본명 임종주·63)가 강의 도중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운동과 성폭력 피해자를 비하하는 듯한 언행을 해 논란이다.

지난 14일 동덕여대 재학생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에 따르면 하 교수는 문예창작과 1학년 전공필수 강의 '소설이란 무엇인가'에서 소설 '동백꽃'을 설명하던 중 "처녀(등장인물 '점순')가 순진한 총각(등장인물 '나')을 X먹으려고 하는 내용"이라며 "점순이가 남자애를 성폭행한거다. 얘도 '미투' 해야겠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 교수는 최근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해서도 “만약 안희정이 아니라 중국집 배달부와의 진실공방이었으면 사람들이 관심 안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명으로라도 폭로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결혼해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을 것”이라며 “질투심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강의 후반에 한 학생이 강의실을 나가자 “방금 나간 학생은 내가 미투 운동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해 분노해서 나간 거겠지”라며 “저렇게 타인의 의견을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은 작가가 아니라 사회운동가를 하는 게 낫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일지 교수를 규탄하기 위해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학생회가 내놓은 성명서. [페이스북 캡처]

하일지 교수를 규탄하기 위해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학생회가 내놓은 성명서. [페이스북 캡처]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학생회는 15일 공식 비판 성명을 내고 “하 교수는 이른바 ‘꽃뱀’ 프레임을 이용해 언어적 2차 가해를 저질렀다. 또 미투 운동의 의도를 비하하는 조롱을 일삼았다. 하 교수가 언행의 정당화를 위하여 주장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창작의 자유지만 이 같은 맥락에선 ‘혐오할 자유’와 그 뜻이 별반 다르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본 학생회는 학우들을 대표해 하 교수를 공개적으로 규탄한다. 남성 중심적 성 사상이 옳다고 여기며 과오를 부끄러이 여기지 않는 교수는 우리를 가로막는 거대한 벽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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