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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참담한 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 … 검찰은 사법 원칙 존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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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했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쳐 간 바로 그 검찰청 포토라인 위에 섰다. 이로써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받은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생존해 있는 이 나라 전직 대통령 네 명은 예외 없이 퇴임 뒤 검찰에 소환됐다. 이 전 대통령은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청에 불려 갈 때마다 그러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랐던 국민 역시 참담한 마음으로 어김없이 반복된 역사의 현장을 지켜봐야 했다.

검찰은 고소·고발이 있어 수사에 착수했을 뿐이며, 수사하다 보니 여러 가지 범죄 사실이 포착됐다고 주장해 왔다. 그대로 덮기에는 혐의가 너무 중대하고, 법적 형평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과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아 반년 이상 탈탈 털었다고 보는 국민도 적지 않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러한 인식이 사회 일각에 퍼져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따라서 검찰은 그 어떤 사안을 대할 때보다도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명확히 확인된 사실과 다툼의 소지가 있는 사실을 구분해야 한다. 검찰이 종종 드러내 온 추정에 입각한 예단, 성과 과시를 위한 과대 포장 같은 악습도 경계해야 한다.

수사와 기소는 피의자를 재판에 회부하기 위한 절차일 뿐이다. 그 자체가 단죄(斷罪)가 아니다. 이는 교과서에 나오는 형사소송의 대원칙이다. 결국 죄의 유무는 법원에서 가려져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고 한다. 논란이 돼 온 다스(DAS)와 도곡동 땅 실소유 문제에도 “나와 무관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항변의 진위는 재판을 통해 가리면 된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되지만 불이익이 있어서도 안 된다. 자칫 정치 보복이란 오해를 부를 수 있다. 검찰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증거주의를 엄격히 따르면서 이 수사의 결론을 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민 대다수가 수긍한다. 이것이 반복된 역사적 비극이 남겨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