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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경질이 외교부엔 기회?..강경화 15일 예정대로 訪美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전격 경질로 카운터 파트인 한국 외교부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16일로 예정됐던 강경화 외교 장관과 틸러슨 장관의 한ㆍ미 외교 장관 회담은 무산됐지만 강 장관은 15~17일로 예정된 미국행을 계획대로 추진키로 했다.

 14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는 14일 “한ㆍ미 간 북핵, 동맹, 경제 통상 등 중요한 현안들이 있는 현 상황에서 미국 내 인사 교체에도 불구하고 한ㆍ미 외교당국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강력한 공조를 유지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인식을 한ㆍ미 양측이 공유했다”며 “미측은 강 장관이 예정대로 방미하기를 희망해왔다. 이번 계기에 존 설리번 국무장관 대행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의 방미에 앞서 이날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먼저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김태진 외교부 북미국장도 예정대로 강 장관과 동행할 예정이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틸러슨 장관의 경질 관련 “급작스러운 변화”라면서도 “그동안 긴밀하게 (한·미 간 공조 체제를) 유지해 왔으니 새 인물(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국무장관 내정자)이지만 긴밀히 일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ㆍ미 정상회담 성사 국면에서 외교부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패싱’ 논란이 있었지만 외교부는 강 장관의 방미를 계기로 한ㆍ미 공조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틸러슨의 경질은 외교부가 미리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경질 사실이 알려진 13일 밤부터 외교부는 미국 현지 상황을 확인하며 강 장관의 방미를 재검토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은 제도가 탄탄한 국가이기 때문에 장관이 없어도 설리반 국무부 부장관을 중심으로 대행 체제를 갖춘 국무부와 협의하면 된다”며 “북핵 문제 뿐 아니라 통상 등 현안 이슈에 대한 협의 차원에서 의회 등의 방문 계획이 있어 일정은 그대로 소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미 언론들은 “국무부는 사실상 붕괴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자신에 반발하는 듯한 성명을 낸 스티브 골드스타인 차관을 해임했다. 국무부 서열 3위인 새넌 정무차관도 지난달 개인적 이유를 들어 사의를 표명했다. 동아태 차관보 자리는 인준이 늦어지고 있고,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의 낙마, 조셉 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은퇴 등으로 대북 라인도 공백 상태다.

 반면 틸러슨의 경질이 외교부와 국무부 소통 채널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트럼프의 복심(폼페이오)이 온다는 것은 그만큼 백악관과 국무부가 긴밀히 협조하면서 대북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국무장관이 정말 중요한 키맨으로 자리 잡는다면 ‘정의용(청와대 국가안보실장)-맥매스터(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라인에 ‘강경화-폼페이오’ 라인이 추가돼 한·미 공조가 더욱 긴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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