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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재반박 그리고 폭로… 정봉주 성추행 진실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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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봉주 전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성추행 의혹을 반박하는 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정봉주 전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성추행 의혹을 반박하는 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정봉주 전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 의원과 충남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12일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반발하며 강수를 두고 나섰다. 정 전 의원은 대학생 성추행 의혹을, 박 전 대변인은 불륜 의혹을 받고 있다.

정 “호텔룸 성추행 보도는 사기극” #당시 카페지기는 “데려다줬다” 증언 #박수현 “미투와 달라” 선거운동 재개 #민주당선 후보직 자진 사퇴 권유

정 전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레시안이 7일 서울시장 출마 선언 1시간 반 전에 ‘호텔룸으로 A씨를 불러 성추행을 시도했다’고 보도한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이 주장하는 사건 일시는 여의도 렉싱턴 호텔 레스토랑에서 티타임 시간으로 운영하는 오후 3시~5시 사이인 것으로 보인다”며 “2011년 12월 23일이건, 24일이건 A씨를 만나거나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본인의 행적을 이렇게 주장했다. 23일 오후 2시 30분경 홍대 인근에서 명진 스님을 만나 늦게까지 대화를 나눈 뒤 염주와 영치금을 선물 받았다고 한다. 그날 오후 3시 54분에 찍었다는 사진도 공개했다. 정 전 의원은 “사건을 보도한 기자와 A씨는 대학 친구로, 나꼼수 지지자 공식 모임에서 두세 번 만났을 뿐이다”며 “정정보도와 사과가 없으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유지키로 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의 기자회견 후 “그가 23일 렉싱턴 호텔에 간 것은 사실이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정 전 의원의 팬클럽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의 카페지기였던 닉네임 ‘민국파’는 프레시안을 통해 “2011년 12월 22일부터 26일까지, 잠자는 시간 빼고는 정 전 의원과 계속 같이 있었다”며 “23일 일정을 수행하던 중 차로 렉싱턴 호텔에 데려다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정 전 의원이 ‘중요한 약속이 있어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가야 한다’고 해서 갔다”며 “도착한 시간은 오후 1~2시경으로, 30~40분가량 머물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가 마녀사냥식으로 2차, 3차 피해를 당하는 상태다.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 광진경찰서는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여성이 누구인지 밝히겠다”며 신상털이에 나선 ‘미권스’ 회원 60여 명을 허위사실유포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특정인을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로 지목해 온라인 공간에서 신상을 공개하거나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특혜 공천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김상선 기자]

지난 11일 국회에서 특혜 공천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김상선 기자]

전 부인의 ‘외도에 따른 이혼’ 주장 이후 거취를 고민해 온 박 전 대변인도 지방선거 출마를 강행키로 했다.

박 전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잠정 중단했던 선거운동을 오늘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그는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6일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하며 반성하며 성찰하겠다고 말씀드렸고, 이후 도내의 각계 원로와 대표들로부터 ‘숨지 말라’는 격려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투 운동과 개인사를 가공한 흑색선전은 분명히 다르다”며 “네거티브 공작은 전형적인 적폐로, 이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변인의 이런 입장은 예비후보자 자진 사퇴를 기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기류와 다르다. 앞서 이날 오전 당 지도부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박 전 대변인에게 예비후보직 자진 사퇴를 권유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는 박 전 대변인에 대한 후보자 적격 심사를 벌였지만 “본인이 자진 사퇴를 결단할 시간을 주자”는 취지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본인은 억울할 수 있지만, 전체 선거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호·조한대 기자, 홍성=신진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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