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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성추행 신고 도왔다가 ‘꽃뱀’ 몰린 여경…9개월 만에 복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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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여경의 성추행 피해 신고를 도왔다가 다른 경찰서로 전출됐던 임희경(46) 경위가 기나긴 싸움 끝에 당초 근무했던 경찰서로 복귀했다.

임희경 경위가 1일 9일 경남지역 한 경찰서 앞에서 경찰 조직 내 성추행 사건 재조사와 갑질 횡포 등 개선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던 모습. [연합뉴스]

임희경 경위가 1일 9일 경남지역 한 경찰서 앞에서 경찰 조직 내 성추행 사건 재조사와 갑질 횡포 등 개선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던 모습. [연합뉴스]

12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임 경위는 이날 원소속인 김해의 한 경찰서 정보부서로 출근했다. 지난해 6월 12일 경남 지역 경찰서 민원실로 발령 난 지 9개월 만이다.

임 경위는 지난해 4월 “팀 멘토인 김모(46) 경사에게 잦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는 후배 여경 A씨의 고민을 듣고 내부 고발을 도왔다. 김 경사가 A씨에게 남자친구와의 성관계를 묻거나 ‘너 자는 모습이 예쁘다, 너 같은 체형이 좋다’는 말을 일삼고, A씨의 뺨을 만지는 등 신체접촉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감찰 결과 김 경사는 감봉 1개월 처분을 받고 다른 경찰서로 전보됐다. 하지만 자신이 근무하던 지구대의 지구대장 정모 경감이 “A씨가 더 좋은 부서로 가려고 작전 짠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너(임 경위) 때문에 김 경사를 보호해주지 못했다”고 비난하면서 ‘성희롱 사건 조작설’이 제기됐다고 한다.

임 경위는 자신을 ‘꽃뱀 여경’이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지구대장과 김 경사에 대한 내부 감찰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임 경위는 다른 경찰서로 떠나라는 사실상 ‘징계’를 받았다.

20년 가까이 몸담아 온 경찰 조직의 ‘따돌림’ 속에 법률구조공단, 성폭행상담소 등을 찾아다녔지만,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했다. 스트레스 때문에 호흡곤란과 기억상실증 증세까지 겪었다.

결국 지난 1월 8일 소속 경찰서 앞에서 ‘성범죄, 갑질 없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일주일간 혹한 속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그러자 경찰청 본청에서 진상조사단이 경남경찰청으로 파견했다.

경찰청은 지난달 14일 임 경위가 주장한 피해가 일부 사실로 밝혀졌다는 내용의 ‘감찰 보고서’를 경찰 내부망에 발표했다. 경찰관 7명을 본청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임 경위는 “여전히 경찰청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그나마 명예회복을 한 것 같다”며 “상처를 받은 곳이지만, 동료 선·후배들과 잘 지내온 곳이어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조직 내는 물론 경찰로 일하면서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며 “최근 급진전한 남북관계 상황에 맞춰 지역 내 많은 탈북자의 인권 문제에 각별히 관심을 두고 챙기겠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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