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40주년 기념앨범 낸 스콜피온스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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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독일 출신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명성을 떨친 밴드라 평가받는 스콜피온스가 결성 40주년을 맞았다.

스콜피온스는 40주년 기념 베스트 앨범을 24일 발매했다.

'Still Loving You' 'Holiday' 'Wind Of Change' 'You And I' 'Rock You Like A Hurricane' 등 모두 32곡이 담겼다.

독일 하노버의 한 스튜디오에서 다음번 정규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 리더 루돌프 솅커(58)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40주년 앨범은 어떻게 탄생했나.

"우리가 처음 만나 밴드를 결성한 건 1965년이지만 그땐 이름도 없었다. 66년 스콜피온스(당시 Skorpions, 나중에 국제적으로 활동하면서 영어식 이름인 Scorpions로 바꿨다)란 이름을 짓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흘러간 40년을 음미해 보고 싶었다. 멤버들이 좋아하는 곡을 각자 골라 리스트를 만든 후에 함께 추렸다."

왼쪽부터 루돌프 솅커(기타)·클라우스 마이네(보컬)·마티아스 잡스(기타).

-밴드의 장수 비결은 뭔가.

"우정이다. 60년대에 처음 멤버를 모을 때만 해도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란 불가능했다. 음악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인지를 평가했다. 가족처럼 지낼 수 있는 인간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음악성을 우선해 멤버를 뽑았다가 해체되는 밴드가 많다. 결국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록을 하고, 록이 내 인생 철학이자 살아가는 방법이 되었다는 데 매우 만족한다."

-지난 40년 중 최고의 순간을 꼽는다면.

"89년 독일 밴드로는 최초로 옛 소련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Moscow Music Peace Festival'에 참여한 일이다. 다른 체제의 중심에서 내 음악이, 록의 힘이 무언가를 바꾸고 있다는 걸 느끼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자유와 평화를 노래한 'Wind Of Change'는 옛 소련에서 공연하다 영감을 받아 90년 작곡한 곡이라고 들었다. 그 바람대로 세상이 좀 바뀌었다고 생각하는지.

"이 노래에서 말한 세상의 평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꿈이란 걸 알면서도 곡을 썼다. 이 세상을 이끌어 가는 가장 근원적인 요소인 '희망'에 대해 노래하는 게 우리 같은 뮤지션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콜피온스는 헤비메탈 밴드로 분류되는데, 막상 록 발라드가 인기를 얻었다.

"라디오에서 어떤 음악을 트느냐에 따라 그 나라 사람들의 취향이 달라지는 것 같다. 미국에는 록 전문 음악방송이 있어 우리의 헤비한 곡이 더 인기 있다. 유럽이나 아시아의 라디오는 좀 더 듣기 편한 음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DJ도 발라드를 틀어 준다. 결국 우리 입장에선 록과 발라드가 골고루 인기를 얻은 셈이라 아무 문제 없다."

-요즘 음악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요즘 음악 시장의 문제는 수많은 뮤지션이 서로의 음악적 성향을 카피하는 것이다. 또 첫 앨범에서 히트곡을 못 내면 계약 파기를 당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삶이 이럴지라도 우리는 언제나 살아갈 방법을 찾게 마련이다. 나는 모든 일을 낙천적으로 생각한다."

-좋아하는 후배 음악인을 꼽는다면.

"'그린데이(Greenday)'와 '시스템 오브 다운(System of down)'은 2005년 최고의 앨범을 선보인 그룹이다."

-2004년 열리기로 했던 한국 공연이 취소됐는데.

"아시아 시장이 줄어들면서 공연 기획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취소됐다. 무척 안타깝다. 우리는 2001년 서울에서 열린 공연을 잊지 못한다. 관객의 반응 등 모든 것이 인상적이었다. 올해나 내년엔 서울에서 꼭 콘서트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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