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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새 아파트 매매가 3.3㎡당 8000만원 … 지방은 미분양 5만여 가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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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호 18면

재건축 규제로 부동산 양극화 심화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자 아파트를 얼마에 팔 수 있는지, 지금 파는 게 좋은 지 등을 상의하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확실히 연초보다 재건축 기대감이 한풀 꺾였어요.”

안전 기준 강화 영향 #목동 등 거둬들였던 매물 나와 #리모델링 추진 분당은 반사이익 #강남-강북·지방 양극화 #반포 84㎡ 분양권에 5억 이상 웃돈 #울산은 20개월 연속 집값 떨어져 #실수요자들 어떻게 #노량진·청량리·한남 재개발 관심 #과천·위례·하남 택지도 노려볼 만

 서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단지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체를 운영하는 A모 대표가 최근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국토교통부가 전문가들 예상보다 빠르게 이달 5일부터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시행했다. 아시아선수촌 단지는 다음날 예정된 안전진단 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취소했다. 강화된 기준의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통과하지 못하면 주민들이 모은 용역비만 날릴 수 있다. 각 구청에 따르면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 노원구 공릉동 태릉우성, 강남구 도곡동 개포우성5차 등도 잇따라 용역업체 입찰을 취소했다. 재건축을 추진했던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단지에 사는 한 주민은 “이번 기준은 주거환경보다 구조 안전성 위주로 평가하다보니 오래된 아파트라도 통과하는 게 쉽지 않다고 들었다”며 “지금이라도 팔고 새 집으로 이사가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에서 그동안 거둬들였던 매물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 기준으로 8억원 선에서 거래됐던 목동 신시가지 6단지 47㎡가 최근 1000만원 가량 떨어진 7억9000만원에 나왔다.

리모델링·재개발 지역 ‘풍선효과’

정부가 재건축을 규제하자 리모델링과 재개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우선 발빠르게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온 분당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분당구 정자동의 한솔마을 5단지(전용 면적 41~42㎡)는 3월 들어 1000만~1500만원 가량 오르며 매매가가 4억원대를 회복했다. 국내 1기 신도시 중 처음으로 리모델링 안전성 검토 심의를 통과한 단지다.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 야탑동 매화공무원2단지와 목련한신 아파트 역시 같은 기간 1000만원 가량 올랐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부수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차이가 있다. 기본 골격은 유지한 뒤 주차장 신설, 드레스룸 설치처럼 일부만 고치거나 최대 3층까지 층수를 높이는 방식이다. 공사기간은 물론 인허가 절차도 재건축보다 짧다. 그만큼 공사비도 재건축의 60~70%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현재 수도권 내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곳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 등 39개 단지다. 하지만 리모델링이 재건축을 대체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건물 뼈대를 그대로 유지하는 리모델링 사업은 쉽게 얘기하면 오래된 아파트를 수리하는 방식이다. 가구수를 늘리거나 다양한 평면을 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건축 대비 수익성이 떨어진다. 지역 단위로 재개발 역시 안전진단 강화는 물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관리처분 타당성 검증 등의 규제에서 벗어나 인기를 끌고 있다. 사업 추진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노량진, 청량리, 신흥 부촌으로 주목받는 한남뉴타운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 문제는 재건축에 비해 조합원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사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뉴타운 사업지로 선정된 이후에도 10년 넘게 개발되지 못한 곳도 있다.

강남 재건축 특수

반면 정부의 규제을 비켜갔거나 재건축을 끝낸 강남 재건축 단지 몸값은 뛰고 있다. 이달 16일 분양 예정인 현대건설의 디에이치자이는 ‘강남 로또’로 불린다. 개포주공8단지 공무원아파트를 재건축한 단지로 3.3㎡당 평균 분양가는 4160만원이다. 2016년 인근에서 분양한 래미안 블레스티지(옛 개포주공2단지)의 분양권이 요즘 3.3㎡당 5355만원까지 올랐다. 디에이치자이에 당첨만 되면 3.3㎡당 적어도 1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강남 재건축 단지 분양권에 5억원 상당의 웃돈이 붙고 있다. 오는 8월 입주 예정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는 지난 1월 84㎡ 분양권이 19억9385억원에 거래됐다. 14억원 중반대던 분양가를 감안하면 5억원 이상 올랐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 역시 106㎡가 지난해 말 분양가보다 최소 18% 오른 21억4000만원에 팔렸다. 3.3㎡당 매매 가격이 가장 비싼 아파트 역시 강남 재건축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신반포 한신1차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가 지난달 26억8000만원(전용면적 84㎡)에 거래됐다. 3.3㎡당 매매 가격이 8000만원을 넘어선 것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 펜트하우스 같은 고급 주택을 제외한 일반 아파트 가격이 80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규제를 강화할수록 강남과 강북·지방간의 양극화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통계를 봐도 정부가 나서서 아파트값을 잡으려고 하면 거꾸로 뛰고 부양하려 해도 효과가 신통치 않았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집권 첫해 김대중·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풀었지만 집값은 하락했다. 반대로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집값이 오르자 투기과열지구 지정, 양도소득세 강화, 분양권 전매 제한 등 12차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집값은 더 올랐다. 노무현 정부 임기 5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값은 57% 상승했다. 정봉주 전 하나은행 부동산팀장(현 매니저부동산 대표)은 “지난 20년간 한국 부동산 시장을 보면 정부가 시장 뒤를 쫓아가며 내놓은 후행적 조치가 강남권 집값 상승세를 부추기는 일이 되풀이됐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오른 뒤 정부 규제가 이어지면 일시적으로 공급이 부족해진다. 수요자가 웃돈을 줘서라도 매입을 하면 아파트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다. 다음달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책이 시행되면 강남권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쏠림 현상이 더 커질 수 있다. 김인응 우리은행 테헤란로 금융센터장은 “고액자산가들은 지난해부터 장기적으로 보유가치기 낮은 주택은 정리한 뒤 투자가치가 높은 강남구 압구정동 등 한강변 단지에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달리 지방 부동산 시장은 미분양이 쌓이면서 침체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지방 미분양은 4만9259가구로 한 달 전보다 4.9% 증가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조선·기계 등 지역 기반산업 침체가 맞물리면서 집값도 떨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국내 최고의 부자도시로 손꼽혔던 울산시가 2016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20개월 연속 주택 가격이 하락했다. 경남 거점 도시인 창원시와 거제시도 1년 이상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까진 시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 팀장은 “투기 수요를 잡겠다는 정부 의지가 워낙 강해 앞으로도 보유세 등 추가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 역시 “투자보다 실수요자 위주로 수도권 분양시장을 노리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과천 지식정보타운, 위례신도시, 하남 감일지구 등 수도권 알짜입지로 손꼽히는 택지지구를 유망하게 봤다. 공공택지인 만큼 분양가도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다 강남과 인접해 있어 강남 재건축 사업에 따른 반사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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