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도 안 끝났는데 북·미 회담 수락…특사단에 발표 요청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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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한국의 대북특사단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제안을 미처 다 설명하기도 전에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특사단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방미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대북특사단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방미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조윤제 주미대사가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 제의를 분석하고 가능한 외교옵션을 설명할 때 “알았다, 알았다. 북한에 내가 그렇게 한다고 전해달라”고 말했다.

대북특사단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방미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대북특사단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방미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트럼프 대통령은 특사단에 “그(김정은)에게 ‘예스’라고 전해달라”고 수락 의사를 확인했고, 한국 관리 3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서로 쳐다봤다고 현장에 배석했던 백악관 관리가 밝혔다.

정의용 안보실장(가운데)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트럼트 대통령과 면담을 나눈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정의용 안보실장(가운데)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트럼트 대통령과 면담을 나눈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백악관 관리 중 소수는 김정은이 회담을 제의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것이란 점은 알고 있었지만, 특사단이 회담 성사 사실을 직접 발표하도록 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관리는 “이 사안이 중간에 유출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단속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안을 계속 갖고 있었더라면 역풍을 맞았겠지만, 이번 조치 덕분에 실질적 위험이 제거됐고 회담 계획이 성사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이건 이런 것을 의미할 것’이라는 따위의 외교가(街) 거짓말에 질색한다”며 “이번과 같은 방식이라면 아무도 혼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특사단의 백악관 집무실 회동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닉아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이 배석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은 아프리카 순방 중이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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