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성추행 전면 부인…피해자 "창문 없는 호텔룸 기억" 재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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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을 둘러싼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앞서 현직 기자인 A씨는 한 인터넷매체 프레시안을 통해 2011년 12월 23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의 카페 룸에서 정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을 향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7일 예정했던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이날 서울 연남동 연트럴파크에서 정 전 의원 측 관계자가 발언대를 치우고 있다. [뉴스1]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을 향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7일 예정했던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이날 서울 연남동 연트럴파크에서 정 전 의원 측 관계자가 발언대를 치우고 있다. [뉴스1]

정 전 의원은 9일 각 언론사에 보낸 입장문에서 “그날 호텔 룸에서 A씨뿐 아니라 그 어떤 사람도 만난 일이 없다”며 “A씨를 성추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그해 12월 22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나는 꼼수다’를 녹음하고 멤버들과 식사를 한 뒤 헤어졌다”며 “검찰은 23일 오전 10시까지 출두하라는 내용의 2차 요구를 하면서 수사관 5명을 자택으로 파견했는데, 대책을 마련하려 민변 사무실에서 변호사들과 회의를 한 뒤 점심 식사를 같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로 이날 어머니가 쓰러져 하계동 소재 을지병원에 입원해 민변에서 병원에 가 어머니를 뵀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은 또 “A씨는 제가 시민들에게 큰 절하는 사진을 보고는 제가 이중적인 사람인지 (대중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며 “큰 절을 한 것은 12월 22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때로, 시간상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입장 표명이 늦춰진 이유에 대해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면서도 “이명박 정권에 의한 정치적 음모에 시달려온 입장에서 이번 보도는 엄청난 충격이었고 헤어나오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프레시안은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정황 증거로 사건 약 2주 후 당시 A씨가 남자친구한테 보낸 메일 중 일부를 공개했다. A씨는 2012년 1월 5일 메일에서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희석될 줄 알았는데, 그게 되지 않아 글을 쓰게 됐다”며 “구속수감이 확정판결 난 날 그 사람과 통화를 하고, 수감되기 전에 한 번 더 보기로 해 여의도의 한 호텔 로비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만났다”고 썼다.

A씨는 “마지막 포옹을 하고 악수를 하는 데 정 의원이 저에게 입을 맞추었다”며 “호텔을 박차고 나오는데 제 존재가치는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네가 마치 애인 같구나, 어느 언론사 전형을 진행 중이냐, 성형도 해 줄 수 있다’는 그 사람의 말은 저에게는 모욕 그 자체였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날 정 전 의원이 의혹을 부인하자 다시 입장문을 내고 “제가 (호텔에서) 안내받은 방은 창문이 없고 하얀 커버가 덮인 테이블이 있고 6~8인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룸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며 “정 전 의원이 코트를 입는 저에게 급하게 다가와 껴안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것이 제가 또렷하게 기억하는 그날 악몽의 전부”라고 재반박했다.

A씨의 또 다른 지인도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당시 A씨가 정봉주한테서 새벽에 문자가 왔다며 보여줬는데 ‘와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며 ”저는 진보라 (정봉주를) 신뢰했는데 그 순간 확 무너졌다“고 밝혔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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