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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행정명령’ 서명하는 트럼프 … 중국과 타협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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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무역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사진은 지난해 7월 백악관에서 열린 ‘메이드 인 아메리카’ 행사 장면. [REUTERS=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무역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사진은 지난해 7월 백악관에서 열린 ‘메이드 인 아메리카’ 행사 장면. [REUTERS=연합뉴스]

총성 없는 무역 전쟁의 막이 오른다. 여기에 한국이 말려들지, 아닐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8일 오후(한국시각 9일 오전)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명령은 15일에서 30일 안에 시행된다.

미국발 무역전쟁 확전·휴전 기로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10% 관세 #트럼프 “반드시 승리” 으름장 놨지만 #공화당, 관련 업계 잇단 반대 목소리 #EU, 버번 위스키 등 ‘핀셋 보복’ 경고 #WSJ “철강값 오르면 일자리 줄 우려”

양상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모든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전 세계에 으름장을 놨다.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1주일도 안 돼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무차별적 관세 폭탄’에서 일부 국가는 예외를 인정해서 봐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7일 언론 브리핑에서 “국가 안보 차원에서 케이스별, 나라별로 결정될 것”이라며 “멕시코와 캐나다, 아마도 다른 나라들이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아마도 다른 나라들’이 어디냐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할 최종안의 세부 사항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라며 “대통령이 상당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는 위기이자 기회다. 한미 안보 동맹과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지렛대를 활용해 예외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반면 최종 관세 부과 대상국에 포함되면 한국 외교의 ‘실패’가 부각되면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캐나다와 멕시코는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대상에서 조건부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외교에 ‘공짜’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폭탄’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 카드로 사용할 전망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은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북쪽과 남쪽 국경의 좋은 친구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NAFTA 재협상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무역전쟁에 대해선 집권 여당인 공화당 지도부와 산업계에서도 잇따라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관세 폭탄’에 반발해 사퇴하면서 미국내 여론이 크게 나빠졌다.

공화당 의원 107명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의도치 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폭넓은 관세 구상을 재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공화당 소속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성명을 내고 “무역 전쟁의 결과에 대해 대단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114개 알루미늄 제조업체를 대변하는 알루미늄협회는 “모든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로 인한 악영향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부과 대상을 중국으로 한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유럽연합(EU)은 무역 보복을 예고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미국이 철강 관세 부과를 결정한다면 ‘미국적인’ 3개 품목을 찍어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품목은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켄터키 버번 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다. 공화당 유력 정치인의 지역구에 있는 기업들을 움직여서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통상정책을 견제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 자체를 철회할 뜻은 없어 보인다. 그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부시 대통령(아버지)부터 지금까지 미국에서 5만5000개 공장이 문을 닫고, 60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잃었고, 무역적자는 12조 달러에 달했다”라며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타깃으로 꼽히는 중국과 물밑 협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연간 10억 달러 감축하는 계획을 마련해 달라고 중국에 요청했다”라며 “중국이 어떤 안을 들고 오는지 고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미국 관련 산업의 일자리를 보호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오히려 미국 내 다른 일자리를 줄어들게 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컨설팅 기업인 트레이드파트너십은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관세 부과로 철강·알루미늄 산업에 3만3000개의 일자리가 생겨나겠지만 연관 산업에선 총 17만9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사설에서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로 20만 개의 일자리가 줄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철강 가격이 오르면 많은 제조업자가 생산지를 해외로 옮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정완·조진형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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