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러시아 스파이 쓰러뜨린 신경작용제의 정체

중앙일보

입력

모스크바에 수감돼 있던 당시 세르게이 스크리팔의 모습(왼쪽)과 2016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암살된 김정남 [AP=연합뉴스, 중앙포토]

모스크바에 수감돼 있던 당시 세르게이 스크리팔의 모습(왼쪽)과 2016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암살된 김정남 [AP=연합뉴스, 중앙포토]

최근 영국에서 전직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가 신경작용제로 인해 피격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독성 화학물질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지난 4일 영국 경찰은 영국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러시아 이중스파이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이 신경작용제에 노출됐다며 이번 사건을 살해 시도로 규정했다.

신경작용제는 1995년 일본 옴진리교의 가스 테러, 2011년 이후 계속된 시리아 내전, 2016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에도 사용된 바 있다.

신경작용제는 크게 5가지로 타분(Tabun)부터 사린(Sarin), 소만(Soman), GF, VX 등이 있다.

모든 신경작용제는 순수한 상태일 경우 색이 없는 유기인화학물 액체다. 통상 숨을 들이마실 경우 감염된다.

이 가운데 김정남 암살 사건 때 사용된 것으로 밝혀진 'VX'는 피부를 통해 침투하거나 액체상태로 만들어 음식이나 음료에 넣을 수도 있다.

VX는 다른 신경작용제들보다 치명적인 맹독성 화학물질로 지속성이 커서 짧은 접촉에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영국 경찰은 스크리팔 부녀 사건 조사에 투입됐던 영국 경찰 한 명이 신경작용제 흡입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심각한 상태에 빠진 것을 보아 이 사건에도 VX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경작용제는 호흡기와 점막, 피부 등을 통해 인체에 들어간다.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키고, 호흡기관을 통제해 기침과 함께 입에 거품을 무는 등 숨쉬기 어렵게 만든다. 또 소화기관에 침투해 구토를 유발하다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신경작용제의 해독제로는 옥심(oxime)이나 아트로핀(atropine)이 있지만, 신경작용제에 노출된 뒤 빨리 맞아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