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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세상보기] 우주 전체가 하나의 몸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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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항성이 영어로 뭐냐고 물어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이 머뭇거린다. 우리 말로는 별이고 영어로 스타(star)라고 하면 모두 웃는다. 어쨌건 항성이란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다. 지구의 위성(satellite)인 달과 태양계의 행성(planet)과 위성 몇 개를 제외하면, 우리가 밤하늘에서 보는 것은 거의 다 항성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이 나오기 전에는 별이 내는 빛 에너지의 근원이 무엇인지 몰랐다. 이 문제는 질량과 에너지가 동등하다는 상대론의 결론으로 해결됐다.

이는 널리 알려진 대로 E=mC2 이라는 특수상대성 이론의 공식으로 표현된다. 여기서 C2는 광속을 나타내는 상수일 뿐이므로, 이 공식은 에너지와 질량이 동일하다는 것을 뜻한다.

고전 물리학에는 에너지와 질량을 연관시키는 공식이 없으며, 에너지 보존의 법칙과 질량 보존의 법칙이 각각 따로 존재한다. 이와 달리 상대론에서는 질량과 에너지가 서로 교환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태양과 같은 항성에서 일어나는 핵융합반응이다.

별에서는 수소원자 4개가 헬륨원자 하나가 되는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는데, 수소원자 4개의 질량이 헬륨원자 하나의 질량보다 아주 조금 무겁다. 이렇게 핵반응의 과정에서 별의 질량이 줄게 되고, 이 줄어든 질량이 빛에너지로 바뀌어 우주로 전파된다.

그 결과 태양은 자신의 몸무게를 조금씩 줄여가면서 태양계를 비춘다. 원자력 발전과 지진(地震) 에너지를 제외하면,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에너지는 태양의 질량이 줄면서 생긴다.

식물이 광합성을 하여 생명계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석탄과 석유 등의 화석원료가 생성되는 것은 물론이고, 바람이 불고 파도가 일며 물이 증발하고 비가 내리는 등의 모두가 태양이 공급하는 에너지 때문에 가능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질량-에너지의 등가 공식이 핵반응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공식은 에너지가 발생하는 우리 주변의 반응에도 적용된다.

탄소가 산소와 결합하여 이산화탄소가 되는 과정에서, 탄소와 산소 전체는 이산화탄소보다 무거우며 그 질량 차이가 열에너지로 발산된다.

그건 핵에너지가 아니라 화학에너지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런 반론은 질량과 에너지가 같다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생긴다. 화학에너지가 열로 발산된다는 말은 맞지만, 연소 이전에는 그 화학에너지가 질량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받침대와 긴 막대만 있다면 지구를 들 수 있다고 했듯이, 지극히 정밀한 저울만 있다면 연소반응의 질량 차이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나 미세한 것이어서 현실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 하더라도, 상대론이 맞는다면 그런 질량 차이가 있어야 한다.

연소반응과 반대로 광합성에서는 태양에너지를 끌어들이면서 질량이 늘어나는 반응이 진행된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질량-에너지의 상호변환이라는 관점에서 핵융합과 광합성을 연속된 일련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핵융합반응을 거치면서 태양의 질량이 줄어들고 그것이 빛 에너지로 바뀌어 우주 공간에 전달된다.

그 에너지의 일부는 지구에 사는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데 쓰인다. 광합성은 태양에너지를 물질로 고정시키는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에너지는 질량으로 변화된다. 우리는 다시 그 질량을 에너지로 바꾸어서 활동하기도 하고 몸을 키우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은 태양을 포함한 우리 전체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전체를 이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모두가 하나의 몸이다. 그래서 장회익 교수는 태양까지 포함되는 전체를 하나의 생명 단위인 "온생명"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불교에서는 일체동근(一切同根)이라고 한다. 그 하나의 근원적 전체에서 우주의 온갖 다양성이 펼쳐진다. 과학은 우주 전체가 놀라운 상호연관의 무한한 망 속에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형진 고려대 교수.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