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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은 왜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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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지사가 자신의 성폭행 의혹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8일 오후 3시로 예정돼 있었던 안 전 지사의 기자회견은 오후 1시가 되기 직전 전격 취소됐다.

안 전 지사는 5일 김지은(33) 전 충남도 정무비서의 성폭행 폭로 이후 잠적, 측근들과 변호인 선임 등을 논의해왔다.

[사진 충남도]

[사진 충남도]

안 전 지사는 7일 오후 신형철 전 충남지사 비서실장을 통해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혔고 시간은 오후 3시로 예고했다.

8일 오후 12시 56분 신 전 실장은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입장문 작성 및 검토 시간까지 고려하면 취소 결정은 12시를 전후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왜 그랬을까.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폭로 관련 기자회견이 전격 취소된 8일 오후 충남도청 직원들이 로비에 설치된 회견 집기를 철수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폭로 관련 기자회견이 전격 취소된 8일 오후 충남도청 직원들이 로비에 설치된 회견 집기를 철수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우선 지난 밤에 있었던 '추가 폭로'가 결정적이었다는 게 대체로 나오는 분석이다.

당초 안 전 지사는 '도민과 국민께 사죄한다'는 내용의 원고를 1~2분가량 읽고 곧바로 도청을 떠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 밤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더연) 여직원 A씨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더 이상의 피해자는 없다"던 자신들의 주장이 허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안 전 지사는 "변호사를 선임했으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의 최초 폭로를 염두에 두고 법적 검토를 마친 사과문이 무용지물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사과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충남성희롱 사건 대책협의회 회원들이 충남도청사 기자실에서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을 비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충남성희롱 사건 대책협의회 회원들이 충남도청사 기자실에서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을 비난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8일이 '세계 여성의 날'인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여성의 인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상징적인 날, 성폭행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마침 대전·충남 20여개 여성단체 등으로 구성된 충남성희롱사건대책협의회는 이날 오후 1시부터 도청 로비에서 '# Me Too'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할 예정이었다.

이들은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지사는 취재진 앞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검찰에 자진 출석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취재진도 예상보다 많이 몰린 것으로 전해진다. 기자회견이 예정된 충남도청은 전날 오후부터 수십명의 취재진과 카메라가 진을 치고 기다려왔다. 예상보다 많은 취재진이 몰리자 안 전 지사 측은 도청 브리핑룸에서 도청로비로 기자회견장을 바꾸기도 했다.

6일 오전 안희정 충남 도지사실에서 취재진들이 안 지사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뉴스1]

6일 오전 안희정 충남 도지사실에서 취재진들이 안 지사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뉴스1]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었다. 도청 로비는 도민의 접근이 쉬운 만큼 안 전 지사 지지자와 반대자가 몰려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 보도 다음날 관사 유리창에 야구방망이가 던져진 사건도 있었던 만큼 이날 오전 충남도청 내의 긴장감은 기자회견 시간이 다가올수록 높아지고 있었다.

때문에 경찰은 기자회견 2시간 전인 오후 1시부터 도청 외부에 경찰 4개 중대 300여명을 배치하고, 도청 내부에도 경찰관을 일부 배치해 충돌을 대비할 계획이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8일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에서 예정된 성폭행 사건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한 가운데 안 전 지사를 기다리던 취재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 뉴스1]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8일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에서 예정된 성폭행 사건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한 가운데 안 전 지사를 기다리던 취재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 뉴스1]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을 촘촘히 배치하는 등 혹시 모를 상황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 경찰 배치, 여성단체 시위 등으로 긴장이 최고조로 올라간 오후 1시쯤 결국 안 전 지사 측은 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하는 입장문을 기자들에게 발송했다.

[사진 충남도]

[사진 충남도]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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