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제 국민이 김지은씨 지켜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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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가해자로 지목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어제 사임했다. 경찰은 내사에 착수했고, 피해자인 김지은씨가 서울서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함에 따라 검찰 수사도 시작될 것이다. 안 전 지사는 29년의 정치 인생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고, 하루아침에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에서 성폭행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통합의 가치를 강조하는 ‘합리적 진보’이면서 참신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정치적 자산으로 가졌던 그의 허상이 폭로되면서 분노하고 허탈해하는 이들이 많다. 도지사 관사유리창은 야구방망이를 맞았고 충남도청 홈페이지는 한때 마비됐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명서에서 “안 지사의 범죄는 명백한 권력형 성폭력”이라며 “정치활동 중단 등의 도의적 책임 수준으로 면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MeToo)’에서 중요한 것은 피해자 중심주의다. 성폭행을 폭로한 김지은씨는 JTBC 인터뷰에서 “국민이 저를 좀 지켜줬으면 좋겠고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가 있으며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는 말도 했다.

두려움을 떨쳐내고 힘들게 미투 고백에 나선 김지은씨를 국민이 지켜줘야 한다. 하지만 인터넷에선 인터뷰 시기 등을 언급하며 음모설을 퍼뜨리거나 말초적인 호기심만 충족시키려는 이들이 있다. 이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심각한 2차 피해를 주는 몰지각한 행위다. 이런 점에서 안 지사의 트위터 지지자 그룹인 ‘팀스틸버드(@TeamSteelBird)’의 선택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가해자의 정치 철학은 더 이상 우리에게 의미가 없다”며 지지를 철회하며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또한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곁에 서겠다”며 “피해자에게 연대와 지지를 전하며 향후 2차 가해에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팀스틸버드처럼 국민 모두 김씨와 함께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