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MB, 실체적 진실을 국민에게 먼저 고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검찰이 이명박(MB) 전 대통령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14일 오전에 출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대통령이 이에 응하면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검찰청에 불려 가는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된다. 노 전 대통령부터는 연이어 세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가 됐다. 되풀이되는 비극적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1인에게 권력이 고도로 집중되는 정치제도와 그 1인의 부적절한 처신을 탓하는 이도 있고, 집권세력의 과도한 권력욕이나 정치 보복의 악습을 거론하는 이도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이제는 후진적 정치 문화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개헌을 논의하고 있는 국회와 청와대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직시하기 바란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 소환이 국가와 국민에게 기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사법적 정의를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무거운 책임을 안게 됐다는 생각으로 겸손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전직 대통령 사법 처리를 위세를 과시하거나 정권과 가까워질 기회로 여겨서는 안 된다. 검사의 공명심도 경계해야 한다. 어제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통보 사실을 발표하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범죄 문제로 인한 집권세력 비판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서두른 것 아니냐는 말이 곳곳에서 나왔다. 검찰 측은 오비이락(烏飛梨落)일 뿐이라고 하지만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국민도 많다. 지금 검찰에 대한 신뢰는 바닥이다.

검찰은 이미 약속한 대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충실히 갖춰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이 지적했던 검찰의 피의사실 사전 유출과 모멸적 조사 방식은 그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뇌물수수 등 검찰이 두고 있는 주요 혐의의 실체적 진실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그것이 참담한 역사의 재연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국민에 대한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