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자신의 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했다는 폭로가 5일 제기된 가운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안 전 지사에 대해 쓴 글이 재조명되고 있다.
곽 변호사는 지난해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희정 지사? 글쎄-(1)죽음을 대하는 자세’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린 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그러나 게시물은 캡처된 형태로 SNS를 통해 확산했다.
당시 곽 변호사는 “안 지사가 내 인상에 남은 최초의 때는 노무현 대통령 장례 기간 중”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와 7일간의 장례 기간을 회상했다. 이어 곽 변호사는 “장례를 치르면서 많은 사람을 보았다”며 “하지만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도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어떤 이는 장례 기간 중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분을 돌아가시게 한 세상과 권력을 원망하며 포효하기도 했다”며 “안 지사를 그중 한 사람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이어 곽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이 수사를 받던 그때 그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하지 못한다”며 “그렇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사랑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진 대상이 생사를 넘는 고통 속에 있을 때는 왜 아무런 용기가 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무슨 정신으로 그 애도의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거나 카메라 앞에서 포효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안 지사를 의심하고 있고 이것이 그에 대한 평가의 첫 번째 근거”라고 말했다.
글 말미에 다음 글을 예고하며 “그가 지사직 선출 이후 계속 강조하고 있는 ‘언어의 의미-민주세력 장자론’, 즉 김대중과 노무현의 장자라는 주장에 대한 제 견해를 말씀드리겠다”고 밝히며 마무리했다. 안 전 지사의 이러한 이중적인 면을 지적한 곽 변호사의 글에는 많은 댓글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됐고 곧 삭제됐다.
이후 곽 변호사는 이 글에 대한 해명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희정 지사를 싫어하지 않는다”며 “싫어할 이유가 전혀 없는 좋은 분”이라고 썼다. 이어 “저는 사람에 대한 호불호와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을 달리한다. 애정이 없는 사람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다. 오해 없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올렸다.
안 전 지사는 2010년 충남도지사에 당선됐고 2014년 재선에 성공한 유력 정치인이다. 그 이전인 2002년엔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정무팀장을 지내며 노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패하긴 했지만 폭넓은 지지를 받고 2위를 차지하며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한편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 충남도지사 정무비서가 이르면 6일 변호인단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에 안 전 지사를 고소할 예정이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