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씨가 성폭행 알렸다는 안희정 보좌진은… 전 수행비서 신용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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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였던 김지은(33)씨가 “성폭행 피해 사실을 다른 보좌진에게도 알렸다”고 지목한 당사자는 전임 수행비서였던 신용우(34)씨로 확인됐다. 신씨는 이날 오후 JTBC와의 인터뷰에서 “(김씨가 말한)그 선배가 바로 저”라고 밝혔다.

김씨 JJTBC에서 "아는 선배에게 말했으나 조치 없어" 주장 #안희정 전 수행비서 신용우씨 "그 선배가 바로 나"라고 밝혀 #신씨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 검찰조사에 임하겠다"고 나서

앞서 김씨는 지난 5일 JTBC 뉴스룸에 나와 “SOS 신호를 (보좌진에) 여러 번 보냈고 눈치챈 선배 한 명에게 이야기했다”며 “그러나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고 일단 거절하라고만 말해줬다”고 털어놨다.

신씨는 지난해 6월 김씨가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로 오기 전까지 수행을 맡았던 비서였다. 2013년 안 전 지사의 운전기사로 비서실에 들어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경선을 마친 뒤 수행비서를 그만뒀다고 한다. 후임이 바로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씨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정무비서 김지은씨를 지난 8개월간 4차례 성폭행하고 지속적인 성추행을 했다는 폭로에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6일 충남도의회의장에게 안 지사의 사임통지서가 제출됐다.프리랜서 김성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정무비서 김지은씨를 지난 8개월간 4차례 성폭행하고 지속적인 성추행을 했다는 폭로에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6일 충남도의회의장에게 안 지사의 사임통지서가 제출됐다.프리랜서 김성태.

신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그 선배가 바로 저였다. 러시아 출장을 다녀온 후였던 것 같다”며 “말하는 뉘앙스나 느낌이 무슨 일이 있지 않나 추측할 수 있는 정도의 메시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이 조심하면 되고 단호하게 거절하면 된다고 계속 얘기했는데 미안하다”며 “그 당시 외면했던 비겁함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이 크다. 검찰 조사에 임하겠다”고 했다.

자치단체장의 보좌진(비서진)은 보통 정무라인으로 불린다. 정무라인은 직업 공무원이 아닌 안 지사의 철학에 뜻을 같이하는 측근으로 채워진다.

안 지사의 정무라인으로는 윤원철 정무부지사와 신모 비서실장(4급), 최모 정무비서관(5급), 장모 미디어센터장(4급), 미디어센터 5급 팀장 2명, 김지은(6급)씨, 노모 메시지 담당(5급), 수행비서, 운전기사 등이었다.

이 가운데 지난 1월 취임한 윤 부지사와 장 센터장은 사표를 제출했다. 신 비서실장과 최 비서관, 수행 비서, 운전기사 등 4명은 안 전 지사 사직에 따라 자동 면직 처리됐다. 노모 담당은 최근 사직했다.

6일 충남 홍성군 안 지사 관사의 유리창이 깨져있다. 충남 홍성경찰서는 이날 야구방망이를 던져 관사 유리창을 깨뜨린 혐의로 A(37)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6일 충남 홍성군 안 지사 관사의 유리창이 깨져있다. 충남 홍성경찰서는 이날 야구방망이를 던져 관사 유리창을 깨뜨린 혐의로 A(37)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안 전 지사 측근 가운데 김종민(충남 논산·계룡·금산)국회의원은 충남도 정무부지사, 조승래(대전 유성갑) 국회의원은 안 전 지사 비서실장을 지냈다. 허승욱 전 정무부지사는 천안(갑)에서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출마를 준비해왔다. 대전시장 선거에 나서는 허태정 전 유성구청장은 안희정 사람으로 분류된다.

신 전 비서실장은 대선 캠프에서 김씨와 같이 일하다 다시 비서실장으로 복귀했다. 김씨가 도청에 들어올 당시 신 실장은 “아주 총명하게 일을 잘한다”고 했다. 김씨는 신 전 실장을 제외하고 도청에 아는 직원이 별로 없었다고 도청 관계자는 전했다. 신 전 비서실장은 휴대전화를 꺼놓고 잠적한 상태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정무비서 김지은씨를 지난 8개월간 4차례 성폭행하고 지속적인 성추행을 했다는 폭로에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6일 충남도청 공무원들이 점심을 먹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정무비서 김지은씨를 지난 8개월간 4차례 성폭행하고 지속적인 성추행을 했다는 폭로에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6일 충남도청 공무원들이 점심을 먹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당시 도청 직원들 사이에서는 업무 특성상 국내외 장거리 출장을 가야 하는 안 지사가 여성을 수행비서로 기용하는 게 적절한지 우려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충남도청의 한 5급 직원은 “안 전 지사가 대권 후보로 거론되면서 권력에 더욱 취해 우쭐해진 것 같다”며 “여성을 수행비서로 채용한 것으로 볼 때 사리 분별력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의 정무 라인은 취임 당시인 2010년부터 구설에 올랐다. 그는 2011년 충남도청에 미디어센터라는 생소한 조직을 만들었다. 센터 기능은 주로 안 지사 지지세력 관리였다. 미디어센터에서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이용해 안 전 지사를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안희정 관사에 적막감이 흐른다. 신진호 기자

안희정 관사에 적막감이 흐른다. 신진호 기자

미디어센터에서는 안 지사의 연설문·어록 등을 꼼꼼히 관리하기도 했다. 전직 충남도 직원은 “안 전 지사의 정무라인은 행정 능력보다는 홍보능력이 뛰어났던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안희정 정무라인의 권위적인 태도도 눈총을 받아왔다. 충남도청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안 지사 취임 초기 안 지사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1시간 동안 답변을 꼬박꼬박했더니 측근 공무원이 불러 서류를 내동댕이치며 크게 혼을 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홍성=김방현·신진호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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