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文 대통령 친서 받은 김정은…남북 만족한 합의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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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이 5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합의가 있었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6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3월 5일 평양에 온 남조선 대통령의 특사대표단 성원들을 접견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 오후 평양 노동당 청사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났다. 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상황실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 위원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사진 조선중앙통신]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 오후 평양 노동당 청사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났다. 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상황실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 위원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사진 조선중앙통신]

그러면서 “(김정은이)남측 특사로부터 수뇌 상봉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전해 듣고 의견을 교환했고, 만족한 합의를 봤다”며 “(김정은이)해당 부문에서 이와 관련한 실무적 조치들을 속히 취할데 대한 강령적인 지시를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의 개최 날짜와 형식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정은과의 면담에서)결과가 있었고, 실망스럽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통신은 또 “(김정은이)남측 특사대표단 일행과 북남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시키고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데서 나서는 문제들에 대하여 허심탄회한 담화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그러나 비핵화 문제나 북미대화 등과 관련한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정의용 실장은 평양으로 출발하기 전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간의 대화와 관계 개선 흐름을 살려 한반도 비핵화와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고자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와 뜻을 (북쪽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 실장이 이와 관련한 입장을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정은이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 언론들은 이날 접견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직접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평양을 방문중인 특별사절단이 5일 오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주최한 만찬을 함께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평양을 방문중인 특별사절단이 5일 오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주최한 만찬을 함께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통신은 남측 특사단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고위급 대표단을 포함한 여러 대표단을 파견해 성공적인 대회가 되도록 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이에 사의를 표하고 “한 핏줄을 나눈 겨레로서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이라며 “이번 겨울철올림픽경기대회가 우리 민족의 기개와 위상을 내외에 과시하고 북과 남 사이에 화해와 단합, 대화의 좋은 분위기를 마련해나가는 데서 매우 중요한 계기로 되었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날 접견에는 접견에는 정의용 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참석했다. 북측에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등이 참석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북측 고위급대표단원으로 방한한 김여정은 지난달 10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특사일행은 도착 직후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에서 일정협의를 마친뒤 김정은과 접견과 만찬을 하기로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은 6일 “접견과 만찬은 저녁 6시부터 10시 12분까지 4시간 12분동안 진행됐다”며 “노동당 본관에 있는 진달래관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날 접견에 이어 이뤄진 김정은이 주최한 만찬에는 접견에 배석하지 않았던 김 위원장 부인인 이설주와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 김창선 서기실장도 참석했다.

김 대변인이 언급한 노동당 본관은 김정은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건물이다. 평양시 중구역에 위치한 노동당 건물을 한국 관계자가 방문한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포함해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은 영빈관인 백화원에서 이뤄졌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과 자신의 집무실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한 적은 있지만 외부인에게 공개한 건 극히 이례적”이라며 “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김정은의 특사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일행을 청와대에서 면담하고 예우해준 것에 대한 보답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수ㆍ위문희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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