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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경제 용어] 하얀코끼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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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지난달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리면서 ‘하얀 코끼리’ 우려가 나오고 있어요.

큰돈 들었지만 수익 없는 투자 #올림픽 끝난 후 유지비용 들고 #쓸모 없는 경기장 일컫기도

언뜻 몸 색이 하얀 코끼리가 떠오르겠지만 ‘큰돈이 들었지만, 수익성이 없고 쓸모없는 투자’라는 의미로 쓰여요. 스포츠 분야에서는 유지·관리에 큰 비용이 들지만 쓸모없는 경기장을 하얀 코끼리라고 해요.

실제로 고대 동남아시아에 몸이 흰 코끼리가 있었다고 해요. 일반 코끼리처럼 회색이 아니라 희소가치가 높았겠죠. 흰 코끼리를 신성하게 여겨서 일도 시키지 않고 지극 정성으로 돌봐야 했어요. 대개 코끼리는 수명이 사람과 비슷하고 덩치만큼 먹는 양도 많아요. 일을 시키지 못하고 오랜 기간 먹이고 재워야 하니 파산할 정도로 경제적인 부담이 컸죠.

올림픽이나 월드컵같이 국가적인 큰 행사를 치르고 나면 어김없이 하얀 코끼리 문제가 생겨요. 특히 경기장은 애물단지로 전락하기에 십상이에요. 행사를 위해서 큰돈을 들여 경기장을 지었는데 행사가 끝난 후에는 활용도가 떨어져요. 선수가 아닌 일반인 중에 봅슬레이나 스켈레톤 같은 운동을 즐기는 수요가 드물기 때문이에요.

2018 평창 동계올림픽도 마찬가지죠. 이번 행사를 위해서 정부에서 12개의 경기장을 지었어요.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국내외 선수의 훈련장과 경기장으로, 관동 하키센터는 다목적 스포츠 레저시설로 활용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정선 알파인 경기장,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강릉 하키센터 등은 아직 마땅한 쓰임새를 찾지 못했어요.

그렇다고 애써 지은 경기장을 허물 수도 없죠. 결국 시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전시용으로 방치되기 일쑤고, 의미 없는 관리비용만 나가죠. 1998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일본 나가노는 20년째 올림픽 관련 시설을 유지·관리하고 있는데 연간 120억원을 지출해요. 국내에서도 2002년 아시안게임이 열린 부산이 관련 시설 유지에만 매년 수십억 원을 쏟아붓고 있어요.

구닐라 린드베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정위원장도 “경기장 시설이 훌륭하다”고 칭찬하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하얀 코끼리가 남길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하얀 코끼리 문제까지 해결돼야 2018 평창 올림픽이 진정한 의미의 성공적인 행사가 될 수 있겠죠.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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