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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습격 막기 위해 개발된 로봇의 정체는?

중앙일보

입력

일본에서 멧돼지 습격을 막기 위한 늑대 로봇이 등장했다.

멧돼지 쫓는 늑대 로봇 ‘슈퍼 몬스터 울프’ 등장 #동물 다가오면 눈 번쩍이며 늑대 울음소리 내 #시험 가동 결과 효과 좋아 4월부터 판매용 생산

멧돼지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전기 회사가 개발한 늑대 로봇 ‘슈퍼 몬스터 울프’가 시험 가동 결과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아사히 신문이 4일 보도했다. 로봇을 만든 회사 오타세이키(太田精器)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용 로봇 생산에 들어간다.

 멧돼지 등의 논밭 습격을 막기 위해 일본에서 개발된 늑대로봇. [사진 오타세이키]

멧돼지 등의 논밭 습격을 막기 위해 일본에서 개발된 늑대로봇. [사진 오타세이키]

일본 JA(全農·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 해 7월부터 지바(千葉)현 기사라즈(木更津)시의 논에 ‘슈퍼 몬스터 울프’ 한 대를,  벼 베기가 끝난 9월부터는 인근 밤나무 숲에 로봇을 설치해 야생 동물 퇴치 실험을 한 결과, 피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매년 수확을 포기하는 논이 생길 만큼 멧돼지 피해가 컸던 이 지역에서 지난 해에는 수풀 인근 지역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매해 약 3톤의 밤을 채취해온 밤나무 숲은 최근 몇 년 사이 멧돼지로 인해 수확량이 2톤 미만에 머물렀지만, 지난 해에는 2톤 이상을 수확했다.

홋카이도, 야마나시(山梨)현에 있는 골프장이나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등 총 7개 장소에서도 시범 가동한 결과, 사슴 침입 등이 줄어들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슈퍼 몬스터 울프’는 길이 65cm, 높이 50cm의 동물 로봇으로, 온몸이 털로 덮여 있으며 늑대 얼굴에 하얀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다. 동물이 접근하면 적외선 센서로 감지해, 늑대 울음소리를 낸다. 눈 속의 빨간색 발광 다이오드(LED)가 깜박이면서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기도 한다. 전자 회사 오타세이키가 홋카이도대, 도쿄 농업대와 함께 개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동물들이 익숙해지지 않을까’ 라는 의문이나 ‘늑대의 동작이 너무 유아틱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작사 측은 “로봇을 개발하기 전 빛과 소리 만으로 동물들의 침입을 막는 기계를 만들었는데, 그 때도 효과가 좋았다. 늑대의 모습을 보면 멧돼지 등은 ‘천적이 저기에 있다’고 각인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제작사와 JA는 지난 달부터 인근 지역 농업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있다. 기사라즈시는 4월에 10대를 구입해 시내 농가에 임대할 계획을 밝혔다. 설명회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로봇의 목을 360도 돌 수 있게 하고, 레일을 타고 이동도 가능하게 하는 등 기능을 더욱 향상시켰으면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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