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MB 수사 3월 내 정리될 것” 소환일정 조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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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명박(76) 전 대통령 측이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뇌물 액수가 4일 현재 100억원에 육박했다. 삼성전자의 다스(DAS) 소송비 대납액수가 60억원 수준까지 늘어나고,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성동조선해양 등에서 받아 전달했다는 돈 22억5000만원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이 썼다는 의혹을 받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17억5000만원)까지 더하면 산술적으로만 따져도 100억원이 된다.

뇌물 수수 혐의만 100억원 육박 #MB 측 “소설이다” 반발 수위 높여 #수사 끝나면 검찰개혁 수면 위로 #내부 어수선, 문무일 리더십 시험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최근 삼성전자가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신 내주기 시작한 시점을 2007년 11월로 파악, 총 대납 액수를 기존 370만 달러(약 45억원)에서 5백만 달러(약 60억원)로 늘려 잡았다. 당초 검찰은 2009년 3월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가 다스 소송을 이끌 로펌으로 선정됐을 때부터 삼성이 다스의 소송비를 대납한 것으로 봤다.

또 검찰은 이팔성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이 전 대통령의 둘째 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총 22억5000만원의 뇌물을 건넸고 이 가운데 일부가 이 전 대통령에게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검찰은 지난 1일 김소남(69) 전 한나라당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2008~2012년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를 지낸 김 전 의원이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대가로 이 전 대통령 측에 억대 공천 헌금을 건넸다는 혐의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이 재임 중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 등을 영위하는 대보그룹으로부터 수억원대 불법자금을 건네받은 정황도 포착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의 반발 수위 역시 강해지고 있다. 다스 소송비 대납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 측 인사는 “검찰 주장에 따르면 2007년 10월부터 2010년 9월까지 매월 12만5000달러씩 송금했다는데 에이킨 검프가 소송에 참여한 시기는 2009년 3월”이라며 “앞선 1년 5개월은 제외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2007년 대선 전부터 로비 용도로 삼성이 대납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사실무근이자 소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음은 검찰비리 수사=검찰은 이번 주 중으로 이 전 대통령에게 소환통보를 한 후 조사 일정을 조율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대검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3월 내로 정리가 될 것 같다”며 “문제는 그 다음인데, 가시밭길이다.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문재인 정부 최우선 공약인 ‘검찰개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 주변에선 지난해 7월 25일 문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예로 들었던 한시가 다시 회자되기도한다.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라는 내용이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을 비유한 시를 통해 검찰 수장 자리의 어려움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감찰 안팎에서는 검찰 내부 비리 수사를 눈여겨보고 있다. 현재 검찰 조직 내부를 겨눈 수사는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및 인사개입 의혹 사건(서울동부지검),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 사건(서울북부지검), 최인호 변호사의 법조 로비 의혹 사건(서울고검) 등이다. 검찰 내부에선 “동료 검사가 무섭다”(박철완 검사 글)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안 좋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현직 검사가 검찰을 향해 문을 닫으라는 글을 쓸 정도로 내부가 어수선하다”며 “문 총장의 지도력도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현일훈·김영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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