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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모기 박멸 특명 ‘모벤져스’ 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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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방산시장에서 중구청 유충구제반 직원들이 모기 방역을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방산시장에서 중구청 유충구제반 직원들이 모기 방역을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지난달 2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방산시장 안 종합상가 지하주차장. 철제 맨홀 뚜껑을 열자 역한 냄새가 올라왔다. 컴컴한 안을 들여다보니 진한 회색의 액체가 찰랑거렸다. 화장실에서 내려오는 대소변과 생활하수 등 각종 오수가 모이는 정화조다. 그 아래서 모기 유충들이 숨죽여 여름을 준비하고 있었다. 모기 유충은 깨끗한 물보다는 수질이 떨어지는 곳에 서식한다. 도심의 정화조나 하수구는 모기 유충에겐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이날 모기들의 ‘근거지’를 습격한 이들은 서울 중구청 유충구제반 직원 5명이다. 이들은 겨울이면 모기 유충을 방제하는 ‘모벤져스’(모기퇴치+어벤져스)가 된다. 모기가 성충이 되기전 유충 단계에서 미리 없애는 것이다.

서울 중구 ‘유충구제반’ 동행 취재 #“유충 때인 2~3월이 퇴치 골든타임” #이달 말까지 쪽방촌 등 400곳 방제

한 직원이 끝에 동그란 통이 달린 1.5m 길이의 막대를 정화조 속에 넣어 오수를 떴다. 통에 담긴 물속에서 0.5cm 정도 크기의 모기 유충이 꿈틀거렸다. 남정우 중구청 유충구제반 직원은 “모기를 왜 겨울에 잡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성충 암모기 한 마리가 일생 동안 낳는 알은 200~750개다. 겨울에 모기 유충 한 마리를 잡으면 성충 500여 마리를 잡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모기 유충을 확인한 직원들은 유충구제제인 BTI를 정화조에 투입했다. 남씨는 “유충만 골라 죽인다. 인체에 무해하다”고 했다. 모기는 기온이 영상 14도 정도로 오르면 활동을 시작한다. 기온이 오르기 전이면서 모기가 유충 단계인 2~3월이 모기를 잡는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송준미 중구청 건강관리과 주무관은 “유충에서 성충이 되면 활동면적이 70배로 늘어나 잡기 어렵다. 유충 단계에서 방역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구청 유충구제반은 이달 말까지 400여 곳에서 모기 유충을 방제한다. 공동주택 90곳과 어린이집·유치원 80곳, 쪽방촌 같은 취약시설 208곳 등의 정화조, 물 저장고, 하수구 등이 대상이다.

2013년부터 시작된 방제 활동 결과 중구의 모기 개체수는 2016년 평균 715마리에서 2017년 413마리로 42%가량 줄었다. 서울시 평균 감소폭 12%보다 높다.

다른 자치구들도 모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종로구는 지난해 11월부터 경로당·어린이집·숙박업소 등 348곳에 방역 소독을 마쳤다. 동작구도 지난해 11월부터 공공건물, 지하철 등 800개 시설에서 모기 유충을 방제했다. 양영철 을지대 위생해충방제연구소 교수는 “대부분 국내에서 겨울을 보낸 모기가 여름에 다시 활동하기 때문에 겨울철 모기만 잘 방제하면 여름철 모기를 확실히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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