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날, 국민들 눈시울 적신 태극기 6장에 담긴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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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99주년 3ㆍ1절 기념식에서 국민의례를 위해 국방부 의장대가 독립운동 당시 사용했던 태극기 6종을 들고 서 있다.[중앙포토]

1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99주년 3ㆍ1절 기념식에서 국민의례를 위해 국방부 의장대가 독립운동 당시 사용했던 태극기 6종을 들고 서 있다.[중앙포토]

제99주년 3·1일절 기념식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렸다. 이날 기념식에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사용했던 다양한 모양의 태극기 가운데 특별한 의미가 담긴 태극기 6장이 등장했다.

국방부 의장대는 기념식 시작을 알리며 태극기 6종을 들고 차례로 무대로 들어왔다. 동시에 독립운동가들의 의지가 담긴 각 태극기의 이름이 차례로 불려 보는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운동가들은 각기 다른 형태의 태극기를 사용했다. 1883년 태극기 원형본이 선포됐지만, 국기 제작에 대한 세부 사항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사용했던 태극기들은 광복 이후 사찰 등 국내외 역사 현장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날 등장한 6장의 태극기는 모두 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이날 기념식에 등장한 6장의 태극기를 소개한다.

독립운동가 남상락의 자수 태극기(1919년)

남상락 태극기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소] ※불법복제금지

남상락 태극기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소] ※불법복제금지

독립운동가 남상락이 1919년 충남 당진 4·4만세 운동에서 사용했다. 크기는 가로 44㎝, 세로 34㎝로 남상락 선생의 부인이 흰 명주 천에 홍·청·검정 실로 수를 놓아 손바느질로 만들었다.

진관사 소장 태극기(1919년 추정)

진관사 소장 태극기 [문화재청] ※불법복제금지

진관사 소장 태극기 [문화재청] ※불법복제금지

1919년 독립운동 현장에 쓰였던 태극기로 추정된다. 2009년 5월 진관사 칠성각 해체복원 과정에서 발견됐으며 일제강점기 불교계의 독립의지가 담겼다. 1942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회가 제정한 국기 양식과 동일하나 현재 국기와 비교해 4괘의 '리'와 '감'의 위치가 바뀌어 있다.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태극기(1923년)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태극기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소] ※불법복제금지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태극기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소] ※불법복제금지

중국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에 걸렸던 태극기다.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인 김봉준과 그의 아내 노영재가 함께 만들었다. 가로 189㎝, 세로 142㎝ 크기에, 태극과 4괘는 천을 오려 꿰맸다.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게양 태극기(1942년)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게양 태극기 [문화재청] ※불법복제금지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게양 태극기 [문화재청] ※불법복제금지

1942년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에서 열린 한국 독립 만찬파티 때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재미동포 김동준씨가 1981년 9월 호텔에 방문했을 때 발견해 입수해 보관하다가 대한민국 국회에 기증했다.

김구 선생 서명 태극기 (1941년)

김구 친필서명 태극기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소] ※불법복제금지

김구 친필서명 태극기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소] ※불법복제금지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인 김구가 벨기에 출신의 신부 매우사에게 전달한 것이다. 태극기 바탕 한 쪽에는 광복군에 대한 지원을 당부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태극기에는 "미우스 신부 부탁하오. 이번 행차에 어느 곳에서 우리 한인을 만나는 대로 전해주시오. 망국의 설움을 면하려거든, 자유와 행복을 누리려거든 정력, 인력, 물력을 광복군에게 바쳐서 강로말세인 원수 일본을 타도하고 조국의 독립을 완성하자고"라는 글귀가 담겼다.

한국광복군 서명 태극기 (1945년)

한국광복군 서명 태극기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소] ※불법복제금지

한국광복군 서명 태극기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소] ※불법복제금지

광복군인 문웅명이 1945년 동료 대원 이정수에게 받은 태극기다. 1년 뒤 문웅명은 부대를 옮기게 됐는데 이를 아쉬워한 동료들이 이 태극기 여백에 서명을 했다. 광복을 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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