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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상 불량품 위에 얹혀 달린 신칸센…日제조업 또 망신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2월11일. ‘JR(Japan Railways)서일본’이 소유한 도쿄행 신칸센 노조미(のぞみ·희망) 34호가 후쿠오카(福岡)현 하카타(博多)를 출발했다.

신칸센 열차 떠받치는 대차 부품에 심각한 균열 #용접도중 부품의 두께가 설계보다 가늘어져 #닛산차 부실 검사와 고베제강 품질 조작에 이어 #日언론 "일본의 모노즈쿠리 정신에 큰 위기"

15분 여를 달린 열차가 중간 정차역인 고쿠라(小倉)역을 다시 출발했을 무렵 승무원은 뭔가 타는 듯한 냄새를 맡았다. 그 이후에도 계속 평소와 다른 이상한 냄새와 소리가 났지만 승무원 등 현장의 판단에 따라 열차는 나고야(名古屋)역까지 3시간을 더 달렸다.

나고야역에서 점검한 결과 열차의 차체를 받치는 대차(台車)의 밑바닥에 16cm, 측면에 14cm의 균열이 발견돼 대차가 부서지기 직전이었다. 보통 열차 1량은 2대의 대차가 떠받친다.
이후 일본 국토교통성 산하 운수안전위원회는 이 사건을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중대 사항’으로 규정하고 원인 규명에 매달려왔다. 그 결과가 지난 28일에 발표된 것이다.

[일본의 고속철도 신칸센이 달리는 모습[중앙포토]

[일본의 고속철도 신칸센이 달리는 모습[중앙포토]

조사결과 JR서일본과 JR도카이(東海)가 제조사인 가와사키(川崎)중공업으로부터 구입한 대차의 주요 부품인 ‘대차 틀(프레임)’이 불량품이었다.

다른 부품과 결합하기 위해 용접하는 과정에서 대차틀의 밑바닥을 지나치게 많이 깎는 바람에 설계도상 최소 7mm이상이어야 할 두께가 4.7mm로 줄어들었고, 결과적으로 열차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했다는 발표였다.

 JR서일본의 경우 이번에 사고가 난 대차와 같은 제품을 가와사키중공업으로부터 2007~2010년에 321대를 구입했고, JR도카이는 2005~2012년에 130대를 샀다. 이 321대와 130대 중 각각 100대와 46대가 대차틀 밑바닥의 두께가 기준 미달인 불량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의 신칸센이 길게는 10년이 넘도록 언제 주저 앉을 지 모르는 불량품에 얹혀져 운행을 계속해 온 셈이다.

두 회사는 문제가 된 대차 146대를 향후 순차적으로 교환해 나간다는 방침인데, 경우에 따라선 신칸센 운행 일정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일본의 고속철도인 신칸센 [중앙포토]

일본의 고속철도인 신칸센 [중앙포토]

제조업체인 가와사키중공업의 가네하라 요시노리(金花芳則)사장은 28일 저녁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큰 폐를 끼쳐 죄송하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신칸센 운행사인 JR서일본은 "품질관리상 문제가 있었다"고 제조사인 가와사키중공업에 책임을 돌렸지만 사실 JR서일본도 책임을 면하긴 어렵다.

조사 결과 가와사키중공업이 JR서일본에 물건을 납품한 2007년부터 이미 대차에서 미세한 균열이 발견됐지만 JR서일본은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또 지난해 2월 열차 차체를 대차로부터 완전 분리해 실시하는 안전검사에서도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일본 사회는 또 술렁대고 있다. ‘안전 대국’,‘물건 만들기는 우리가 최고’임을 자부해온 일본이 또다시 망신을 당하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1~2년 사이 무자격 검사원에 의한 닛산자동차 완성차 검사, 고베제강의 품질 조작, 미쓰비시 전선의 기준 미달 제품 납품 등의 사건이 연거퍼 터지면서 일본 기업들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자랑하는 신칸센의 안전성까지 도마위에 오르자 "제품 하나 하나에 혼을 담아 만든다"는 ‘모노즈쿠리’(もの造り)정신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마이니치 신문은 “높은 안전성이 요구되는 신칸센에서 설계와 다른 제품이 납품됐다는 건 극히 심각한 일”이라며 “모노즈쿠리에의 신뢰저하는 물론, 일본 제조업의 간판사업인 철도사업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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