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화학무기 공장 지을 자재 … 북한, 다섯 차례 걸쳐 50t 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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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이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제조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포착됐다.

WSJ “시리아, 연 수백억 달러 지급” #핵개발 자금 제공, 안보리 결의 위반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이 2016∼2017년 다섯 차례에 걸쳐 시리아에 화학무기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자재 50t을 운반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소속 8명의 전문가가 작성한 200페이지 이상 분량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북한에 지급한 금액이 연간 수백억 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는 시리아 정부군이 최근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반군 장악 지역에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보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망을 피해 시리아에 화학무기 관련 물자를 공급하면서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외화벌이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독재자로 악명 높은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이 북한에 핵 개발에 필요한 현금을 제공하면서 한반도 긴장을 가중시켰다는 것이기도 하다.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NYT는 “북한이 공급한 내산성(耐酸性) 타일과 밸브, 온도계 등이 이용됐다”며 “북한 미사일 기술자들이 시리아 내 화학무기 및 미사일 생산시설에서 활동 중인 것도 포착됐다”고 전했다. 내산성 타일은 일반적으로 화학공장 내부 벽면에 사용된다.

북한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적어도 40차례 이상 시리아에 선박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탄도미사일 부품과 재료들이 옮겨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시리아 간 검은 거래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북한은 1970년대 초부터 시리아에 각종 무기를 수출했다. 이스라엘과 중동전 당시 북한 전투기 조종사들이 시리아 공군과 비행 임무를 같이 하기도 했다. 91년에는 사정거리 500㎞인 스커드-C 탄도미사일을 시리아에 넘겼다. 2016년엔 북한군이 시리아 정부군을 돕기 위해 내전에 참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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