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미국 경제 더 강해져” … 올해 네번 금리 올릴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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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의회에 나와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날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횟수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면서 다우 지수는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거래인이 TV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의회에 나와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날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횟수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면서 다우 지수는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거래인이 TV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 인상을 위한 가속 페달 위에 발을 올렸다.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우회적으로 금리를 더 빨리, 더 자주 올릴 수 있다고 시사했다.

예상 밖 매파적 태도에 증시 급락 #한·미 금리역전 땐 자본유출 우려

파월 의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미국 경제가 지난해 12월 예측했던 것보다 강한 성장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 과열을 피하기 위한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의회에서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묻는 질문에 그는 “예단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최근 지표는 경제가 더 강해지고 고용 시장이 강력하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고 답했다.

그의 자신감대로 미국 경제는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2.3%(전년대비)를 기록했다. 전년(1.5%)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 실업률은 4.1%까지 떨어졌다.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Fed가 금리 인상에 주요하게 고려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4분기 1.7%를 기록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Fed는 지난해 12월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3회로 전망했다. 그렇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은 올해 금리 인상 횟수가 4회로 늘어날 신호로 여겨졌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선물시장 등에서 연내 4회 인상 전망은 29.5%에서 34.4%로 높아졌다. 시장은 당장 이달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100%로 전망하고 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월의 전망은 다른 위원이 전망치를 수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며 “파월은 자신의 점도표를 올해 4회 인상으로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애초 중립파로 분류됐던 파월이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적 태도를 보이자 금융시장은 출렁댔다. 이날 뉴욕 증시의 주가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16% 떨어졌다. 달러 가치는 3주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인덱스(90.41)는 전날보다 0.62% 상승했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연 2.923%까지 치솟았다.

여파는 아시아 시장으로도 이어졌다. 2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17% 하락한 2427.3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1.94% 떨어진 857.06에 장을 마감했다.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1.50원 내린 1082.80원을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도 전날보다 1.4% 하락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혼란을 겪으며 청문회를 기점으로 투자 심리 안정을 기대했던 금융 시장 입장에서는 (파월의) 매파적 면모가 더 부각되며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연 1.5%로 동결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연 1.25~1.50%) 상단은 한국과 같다. 이번 달 FOMC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양국 금리는 역전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7일 금통위 전체 회의 직후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데다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외국인 투자자도 장기 투자자로 이뤄진 만큼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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