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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티켓 교육, 훈련사 양성 … ‘반려동물 복지’ 지자체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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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1월 서울 강동구 강동리본센터에서 열린 유기견 분양 행사. [사진 유기견없는도시]

지난 1월 서울 강동구 강동리본센터에서 열린 유기견 분양 행사. [사진 유기견없는도시]

지난 24일 오전 서울 강동구 강동리본센터. ‘사람과 동물 모두 다시 태어나는 곳. 리본(reborn)’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는 실내에서 강아지가 뛰어 놀았다. 모두 강동구 관내에서 발견된 유기견이다. 지난 10일 강동리본센터에서는 강아지 5마리가 새 주인을 찾았다. 강아지를 분양받으러 온 이주형(34·송파구 풍납동)씨는 “직원들이 강아지 대변을 손으로 으깨서 몸 상태를 점검하더라. 강아지를 혼내지 않고 칭찬이나 간식으로 훈련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강동구, 유기견 구조해 입양 알선 #광진구는 ‘동물훈련사 과정’ 지원 #초등학생 대상 동물 사랑 교육도 #전문가 “시민에 동물 양육교육 할 #전문센터 구청별로 1개씩은 필요”

강동리본센터는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올림픽공원 인근 4층 건물로 임대료와 운영비를 강동구청에서 대고 있다. 관내에서 발견되는 유기견 2마리 중 1마리꼴로 안락사 되자 구청이 팔을 걷어붙였다. 센터 내에는 카페·보호소·교육장이, 옥상에는 인조 잔디가 깔린 산책 장소까지 마련됐다. 최근 구청 관내에서 발견된 유기견 54마리 중 15마리가 강동리본센터를 통해 새 주인을 찾았다.

강동리본센터에서 반려견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김지민 유기견없는도시 대표는 “예능프로그램이나 책만 보고 그저 ‘귀엽다’며 강아지를 입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충동적인 입양은 바로 파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입양 전 생명 존중 교육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일반인이 강동리본센터에서 보호 중인 유기견을 입양하기 위해서 최소 7번 찾아와 교육을 받아야 한다. 입양되는 강아지도 배변 교육과 짖는 훈련을 받는다. 처음엔 배변 패드 20장을 바닥에 깔아줬다가 마지막엔 1장만 남기는 훈련이 이어진다. 간식을 주거나 쓰다듬어 주는 칭찬으로 행동 교정을 유도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리본센터에서 훈련사가 유기견 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 유기견없는도시]

리본센터에서 훈련사가 유기견 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 유기견없는도시]

매주 토요일 반려견 주인에게 산책 요령에 미용법까지 알려주는 ‘강동서당’도 열린다. 강동서당에서는 강아지를 산책할 때 목에 매 주는 줄도 리드줄이라 부른다. 강아지를 이끈다(lead·리드)는 의미를 강조했다.

반려동물 보호 정책 확대로 주민 간 갈등도 줄고 있다. 최재민 강동구청 동물복지팀장은 “유기견 한 마리를 구조한 후 분양하거나 안락사시킬 때까지 평균 17만원이 든다. 강동리본센터에서 반려견 행동을 교정해주면 유기견도 주는 데다 소음으로 인한 주민 갈등도 사라져 관련 예산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 복지 정책은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서울 광진구청은 오는 3월부터 동물훈련사 양성을 지원한다. 동물훈련사가 되고 싶은 사람이 동물훈련사 업무를 보조하면서 일을 배우는 방식이다. 주5일, 하루 4시간씩 동물훈련사와 함께 일을 하면 한 달에 100만원 가량을 받을 수 있다. 18세 이상 서울 시민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광진구는 민간자격증인 동물훈련사 시험 응시료도 지원해 줄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마포구 상암동에 동물복지지원센터를 세워 동물복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도록 했다. 반려동물 주인이 갑자기 숨지거나 장기간 입원할 경우 동물을 인수해 센터에서 보호하는 제도도 올해 시작했다. 윤정기 서울시 동물보호과장은 “시민들 요구가 증가하는 데다 효과도 보고 있어 동물 복지 정책은 확대될 예정”며 “관련 예산도 지속해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올해 초등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 동물도 감정이 있다는 점을 가르치고, 반려동물 에티켓인 ‘펫티켓’을 알려주는 교육 과정을 진행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한 해에 반려동물 10만 마리가 유기되고 이중 45%가 안락사 당하거나 자연사한다”며 “동물을 키울 수 있는 준비를 하도록 가르치거나 키우는 방식을 교정해주는 전문센터가 구청별로 1개씩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상·이태윤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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