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IS 쇠퇴하는데…왜 필리핀이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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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필리핀 마닐라 경찰당국은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중간 간부급 대원이라며 페미 라소드라는 인물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보도한 싱가포르 매체인 스트레이트 타임스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당국은 “라소드는 IS 소속이며, 폭발물을 제조에 필요한 재료들도 함께 압수했다. 지난달에도 테러리스트로 추정되는 압델칸킴 라비디 아디프라는 20세 남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IS 대원인 이들은 필리핀으로 건너와 테러 등을 모의했다가 체포됐다고 한다. 필리핀 경찰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괴멸하고 있는 IS 대원들에게 필리핀이 ‘안전한 천국(safe havens)’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들의 입국을 우려했다.

쫓겨난 중동 IS 대원들 필리핀 남부로 유입 #민다나오 등에 이슬람 무장세력 창궐 #작년 5개월 끈 ‘마라위 사태’ 재발 우려 #동남아 6개국 공동대응 위한 협력체 결성

지난해 이슬람국가(IS) 추종 반군 마우테의 습격을 받은 필리핀 마라위에서 건물들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사진 트위터]

지난해 이슬람국가(IS) 추종 반군 마우테의 습격을 받은 필리핀 마라위에서 건물들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사진 트위터]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필리핀이 IS 세력의 새로운 동남아 거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민다나오섬 등 필리핀 남부지역에는 무슬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으며 중앙정부의 통제력도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IS 세력이 필리핀에 계속 유입될 경우 자칫 지난해 5월 IS를 추종하던 반군 마우테가 마라위를 점령했던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필리핀 이슬람 최대 반군세력인 모로이이슬람해방전선(MILF)의 지도자 이브라힘 무라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중동에서 쫓겨난 IS 대원들이 필리핀으로 계속 들어오고 있다. 이들을 흡수한 이슬람 세력이 필리핀 남부의 일리간과 코타바토를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정보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군사 공격 외에도 이슬람 교육기관과 대학 등에 침투해 젊은이들에게 이슬람 극단주의를 전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S에 충성 서약을 한 필리핀 무장단체 아부사야프를 이끌며 각종 납치와 테러를 일삼아 FBI의 수배대상이 된 이스닐론 하필론. [사진 FBI]

IS에 충성 서약을 한 필리핀 무장단체 아부사야프를 이끌며 각종 납치와 테러를 일삼아 FBI의 수배대상이 된 이스닐론 하필론. [사진 FBI]

이 때문에 필리핀 정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마라위 사태 때도 진압하는데 5개월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민다나오섬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정부군을 대거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반군 970여 명, 정부군 165명, 민간인 80여 명 등 1200명 이상이 사망했고, 마라위는 폐허로 변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IS 추종 반군이 끊임없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테러 위협도 여전하다”며 남부지역 계엄령을 올해 말까지 연장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전문가들은 필리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국제적 연대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필리핀의 IS 추종 반군이 기관포를 비롯한 다수의 중화기를 보유하고 있어 자칫 이들의 무기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에도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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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지난 달 말엔 필리핀을 포함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브루나이 등 6개국이 모여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한 ‘우리의 눈(Our eyes)’이라는 정보협력체를 결성하기도 했다. 6개국은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데이타베이스를 공동 구축하고 역내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반군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키로 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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