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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해외여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개방사회화 추세는 더러 부작용도 낳고 있다. 의식의 개방화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사실은 거기에서도 엄격한 자기규제의 도덕적 선택과 행위규범이 더욱 요구되는 것이다.
최근 해외여행 완화조치로 많은 국민들이 떼지어 관광여행을 떠나고 있다.
해외여행 길이 막혀있던 국민들로서는 우리의 경제적 번영의 잉여를 마음껏 뿌려보고 싶다는 감정도 있어서 큰 호응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채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해외관광 여행에는 불쾌한 뒷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한 보도에 의하면 동남아 특히 태국을 관광하는 한국인은 한달 평균 약 5천명인데 그중 약 80%가 섹스 관광을 위해 마사지 업소를 찾고 있다고 한다.
방콕의 매춘 업소를 찾는 한국인의 수가 하루 평균 20여명에 이른다는 것은 분명 과장이겠으나 후한 팁을 줘서 호평이라는 소식과 함께 결코 유쾌한 소리만은 아니다.
특히 방콕의 교포들은 한국인 관광객들의 그같은 섹스 여행이 앞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크게 추락시킬 뿐 아니라 AIDS같은 무서운 질병을 국내에 유입할 수 있으리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것은 다만 우려에 그치는 문체만은 아닌 것 같다.
죽도록 고생한 끝에 이제 겨우 살수 있게 되었다고 절제를 모르고 놀아나는 우리 자신의 꼴을 보는 것 같아 우선 마음이 아프다.
경제적 발전기의 일본인들이「이코노믹 애니멀」이니「경제적 동물」이니 하며 욕을 먹으면서 돈을 벌고「섹스 관광」에 앞장섰다고 해서「섹스 애니멀」로 지탄을 받았던 것처럼 우리가 똑같이 당할 셈이란 말인가.
물론 성의 상품화는 인류 역사와 더불어 있었다.
현대 문명사회에선 성의 상품화가 일상적이고 보편화된 현상이다.
현대인이 성을 일종의 유화로 즐기려 하고 있는 것도 숨김없는 사실이다.
스포츠, 스크린, 섹스가 대중문화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성의 오락화나 상품화가 그다지 낯선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문화의 건전성 자체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세계 매음문제 보고서는 섹스 산업화하고 있는 서울의 기생 관광과 살롱 문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 이발소에서의 성적 서비스가 한국인의 일반적인 도덕성을 의심하게 하고 있으며 이른바 퇴폐업소의 서비스 수준이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태국의 섹스 관광은 서울의 퇴폐적 성 윤리의 연장선상에서 우려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때 일본의 주부들은 한국의 기생관광 사업을 비판하는 데모를 벌였고, 한국의 주부들도 기생파티를 풍자하는 연극을 했다. 멀지않아 태국의 주부들이 한국인의 섹스 관광을 욕하고 나설지도 모른다.
조금 경제사정이 나아졌다고 해서 사람이 유희와 오락에만 치중하는 것은 결코 좋은 삶은 아니다.
절제도 알고, 체면도 알고, 도덕과 의리도 아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로 중요한 일이다. 이젠 예의를 아는 문화 국민답게 점잖게 관광하는 형태도 한결 수준을 높여 나아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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