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천안함기념관 찾아 “폭침 주범 국빈대접 부끄럽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6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한 뒤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26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안보공원에 있는 천안함기념관을 찾았다.

페북에 “청춘 바친 용사 생각나 방문” #기념관 둘러보는 사진도 함께 올려 #측근 “재임 때 생긴 일, 착잡할 것” #일각선 “검찰 수사 의식한 행동”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을 지키다 꽃다운 청춘을 바친 46용사가 생각나 오늘 평택 천안함기념관을 다녀왔다”고 밝혔다.

이어 “천안함의 처참한 잔해와 산화한 용사들의 얼굴을 바라보다 천안함 폭침 주범에게 국빈 대접을 하는 이 나라의 현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고 적었다. ‘천안함 폭침 주범’이란 평창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한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겨냥한 대목이다.

이 전 대통령은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그간 우리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 왔냐”며 “‘여러분을 잊지 않겠다’고, ‘통일 되는 그날 비로소 대통령으로서 나의 임무와 용사들의 임무가 끝나는 것’이라고 약속했던 그 다짐이 생각나 마음이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천안함기념관을 둘러보는 모습의 사진도 함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와 관련, MB 측근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매주 월요일 점심 때 참모진이 삼성동 사무실에 모이는데 오늘은 어른(MB)이 안 나왔다. 근데 알아보니 평택에 갔다고 하더라. 경호팀만 따라갔고, 우리도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전했다. 그는 또 “솔직히 마음이 얼마나 착잡하겠나. MB 재임 중에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고 46명의 군인이 죽었는데, 역사적 진실도 밝히지 못하고 사과도 받지 못한 채 그 주범이 버젓이 한국 땅을 밟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MB 측은 천안함기념관 방문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MB의 천안함기념관 방문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보수층의 정서를 응집시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해 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날 MB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전날엔 아들인 이시형 다스 전무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이 수사망을 빠르게 좁혀 가고 있는 가운데, 다음달 초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MB의 천안함기념관 방문에 대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전 대통령은 현재 특수활동비 유용과 다스 차명 보유, 대기업의 소송비 대납 등 대형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있다”며 “이런 범죄야말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심각하게 어긋나게 하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자중하고 검찰 수사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한편 김영철 방한과 관련,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홍준표 대표는 “김영철은 전쟁 기간이 아닌 평화 시기에 우리를 공격했기 때문에 전범도 아니고 그냥 살인범”이라며 “요즘 SNS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의 뒤통수를 친 ‘국군 뒤통수권자’라고 불린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 역시 “우리 젊은 병사들을 수장시킨 그 원흉을 평창올림픽에서 피날레를 장식하게 했다”며 “문재인 정권과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우·김준영 기자 min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