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잠수함까지 한반도 왔다··· 대북 감시 수행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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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포괄적 해상차단(maritime interdiction)을 천명한 가운데 캐나다 잠수함이 대북 감시작전에 참여하고 있다고 캐나다 CBC 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치쿠티미함 한반도 인근서 감시 활동 #북한 선박의 불법거래 적발 위해 #50년만에 처음으로 태평양 건너와 작전 #해상차단 실효성 놓고는 전망 엇갈려 #“충돌 우려로 해상차단 효과 적을 것” #“차단 아닌 아예 해상봉쇄해야”주장도

이 방송에 따르면 캐나다 해군은 지난달 디젤 잠수함인 ‘HMCS 치쿠티미’를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파견했다. 치쿠티미함의 임무는 수상한 배를 추적하고, 북한 선박과의 화물 바꿔치기(환적)를 적발하는 것이다. 유엔 제재로 유류 도입에 차질을 빚고 있는 북한의 불법적인 석유수입 등을 감시하는 역할이다.

한반도 인근 해역에 전개된 캐나다 잠수함 치쿠티미함. [캐나다 CBC 방송]

한반도 인근 해역에 전개된 캐나다 잠수함 치쿠티미함. [캐나다 CBC 방송]

캐나다 해군은 이달 초 “우리 잠수함이 태평양을 건넌 것은 50년 만에 처음”이라며 “이번 잠수함 작전은 아태지역의 중요성과 역내 평화를 위한 캐나다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스티븐 오리트 치쿠티미 함장은 “우리 잠수함의 추적 대상은 상선과 군함 구분없이 수상한 활동을 하는 선박이다. 해상에서의 화물 환적도 포함된다”며 “우리 작전은 이전과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장기간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전을 위해 치쿠티미함은 수중 음파탐지기(소나)와 2대의 잠망경 등을 활용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에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미국 주도로 20개국 외교장관들이 모여 대북 제재를 논의했다. 당시 밴쿠버 회의를 공동 주관한 캐나다의 조나단 반스 합참의장은 “관련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북한의 해상차단을 위한 해군 전력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캐나다 해군의 대북 군사작전 참여를 시사했다.

치쿠티미함 내부에서 승조원이 잠망경을 통해 해상을 감시하고 있다. [캐나다 CBC 방송]

치쿠티미함 내부에서 승조원이 잠망경을 통해 해상을 감시하고 있다. [캐나다 CBC 방송]

이와 관련 AFP통신은 “치쿠티미함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지난달 밴쿠버에서 외교장관 회의를 열고 북한 문제에 대해 논의한 직후 본격적인 작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치쿠티미함은 1998년 캐나다가 영국에서 도입한 중고 잠수함이다. 지난 2004년엔 항해 중 화재가 발생해 승조원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수리 후 2015년부터 대서양과 태평양 등에 투입돼 불법 조업 등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해왔다.

한편 미국의 대북 해상차단에 대한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미 군사전문 매체인 밀리터리타임스 등은 “미국이 북한 선박을 추적ㆍ검색하는 해상차단에 착수할 경우 단속과정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또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하지 않는 해상차단이 북한의 불법 행위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지도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북한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내고 “그 어떤 봉쇄도 우리에 대한 전쟁행위로 간주할 것”이라며 “북남관계를 발전시키고 조선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우리가 기울이는 노력을 무시하고 도발을 걸어온다면 우리 식의 대응방식으로 미국을 휘어잡고 다스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가 해상차단에 군 대신 해안경비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동맹국들과 협력하겠다고 한 것도 혹시 모를 사태의 확대를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해상에 떠올라 작전을 벌이고 있는 치쿠티미함. [캐나다 CBC 방송]

해상에 떠올라 작전을 벌이고 있는 치쿠티미함. [캐나다 CBC 방송]

한편 미 일각에선 대북 해상차단을 지금보다 대폭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군의 정보ㆍ감시ㆍ정찰(ISR) 역량을 총동원해 북한에 대해 선별적인 해상차단이 아닌 전면적인 해상봉쇄(naval blockade)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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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토머스 전 미 해군 7함대 사령관은 “ISR을 집중해 대북 유류공급을 끊어야 한다. 이럴 경우에만 북한이 계산을 바꿀 것”이라며 “북한의 해상교통을 모두 차단하는 해상봉쇄를 할 수만 있다면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상봉쇄는 실질적으로 북한에 대해 선전포고와 마찬가지다. 게다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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