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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은메달' 김은정, "김'금'정으로 개명해야하나 생각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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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 김은정이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결승전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3대8로 패하자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며 관중에게 손을 흔르고 있다. [강릉=뉴스1]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 김은정이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결승전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3대8로 패하자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며 관중에게 손을 흔르고 있다. [강릉=뉴스1]

"제 이름이 김'은'정이라 은메달만 땄나 싶어서... 김'금'정으로 이름을 바꿔야하나 생각했었다."

평창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한국여자컬링대표팀 스킵(주장) 김은정(28)이 밝힌 소감이다.

한국여자컬링대표팀(세계 8위)은 25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여자컬링 결승에서 스웨덴(5위)에 3-8로 졌다. 하지만 한국컬링 역사상 최초로 소중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결승에서 스웨덴에 패해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의 주장 김은정이 시상식이 끝난 뒤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결승에서 스웨덴에 패해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의 주장 김은정이 시상식이 끝난 뒤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경기 후 김은정은 "자잘하게 힘들때가 많았다. 제 이름이 김'은'정이라서 은메달을 땄나싶어서, 김'금'정이었어야했나.."라며 "결승에 진적이 많았다. 큰 대회에서 은메달만 따도 좋겠다고 말해왔는데... 저희가 탑클래스로 올라가고 싶었는데 떨어져서 힘들었다. 이렇게 흔들리는게 꽃을 피우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은 팀원 다섯 명 중 네 명이 경북 의성 출신이다. 마땅히 놀게없어서 컬링을 시작한 선수들은 10년이란 시간이 흘러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예선에서 세계 1~5위 캐나다·스위스·러시아·영국·스웨덴을 모두 쓸어버리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의성 특산물 마늘에 빗대 '갈릭 걸스'란 별명을 붙여주며 집중조명했다. 스킵 김은정이 리드 김영미를 향해 목이 터져라 외치는 "영미~"는 평창올림픽 최고 유행어가 됐다. 김은정은 뿔테안경을 끼고 경기 내내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해 '안경 선배'란 별명을 얻었다.

여자컬링대표팀은 평창올림픽 직전까지 경북컬링훈련원에서 자체 훈련을 했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은 지난해 8월 집행부 내분으로 관리단체로 지정돼 제대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 김은정,김경애,김영미,김선영이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결승전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3대8로 패한 뒤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강릉=뉴스1]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 김은정,김경애,김영미,김선영이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결승전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3대8로 패한 뒤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강릉=뉴스1]

-기분이 어떤가.
김은정: "한국컬링 역사상 첫 은메달 획득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많은 힘들일도 있었다. 저희끼리 똘똘뭉쳤다. 항상 저희팀을 이끌어준 김경두 교수님과 경북체육회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역사를 쓸 수 있었다. 스웨덴이 결승전에서 퍼펙트 게임을 보여줬다. 높은 자리에 올라갈 만큼 충분한 샷을 보여줬다."

-2주간 휴대폰을 자진반납했는데. 본인들이 유명해진걸 아는가.
김영미: "아직 휴대폰을 받지 못했다. 자원봉사자분들과 관중분들이 호응해줘서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다."
김은정: "첫경기할때와 결승전할 때 호응이 확연히 달라진거 같은데 유명해진지 몰랐다. 인터넷을 켜봐야 알 것 같다. 응원해주고 쪽지도 주셨다. 한국컬링을 지켜봐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는 자체가 너무나 큰 행복이다."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 김경애, 김영미, 김선영이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결승전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3대8로 패하자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릉=뉴스1]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 김경애, 김영미, 김선영이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결승전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3대8로 패하자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릉=뉴스1]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김은정: "자잘하게 힘들때가 많았다. 제 이름이 김'은'정이라서 은메달을 땄나싶어서, 김'금'정이었어야했나...결승에 진적이 많았다. 큰 대회에서 은메달만 따도 좋겠다고 말해왔는데.. 저희가 탑클래스로 올라가고 싶었는데 떨어져서 힘들었다. 이렇게 흔들리는게 꽃을 피우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서로를 다독여줬고 끝까지 해볼수 있다는 사명감을 가졌다. 최근에 올림픽 선발전을 통해 선발됐는데 저희 생각만큼 순탄치 않았다. 여태까지 노력을 많이 했고 꽃길만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왜 더 힘들어졌지라고 생각했다. 힘들게하신 분들이 더 많아서 제일 힘들었던거 같다."

김민정 감독: 저희가 국가대표에 선발되고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일이 많았다. 훈련에 좀 더 적응할 수 있는 적기였는데 TF팀에서 경기력 향상을 놓치게 만든게 힘들었다. 10년간 이끌어주신 김경두 교수님께서 많은 노력을 하셨는데, 과정이 힘들다보니 이 선수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눈물을 글썽이며 한참 말을 잇지 못한 뒤) 팀 내 자구책으로 해결했다. 많은 부분들이 지나가니 감정적으로 울컥한다. 선수들이 힘들텐데 다 같이 뭉쳐서 잘 따라와줬다. 한국에서 뭔가 개척한다는게 힘든일이라고 생각한다. 새 역사도 썼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지만 도전할수 있는 계기가 됐다. 도전자의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

-팀이 이뤄진게 된 계기를 설명해준다면.

김영미: "고1때 의성에 컬링장이 생겼다. 체육시간 체험학습때 은정이가 컬링을 하고 싶다고했다. 선생님이 한명을 더 데리고 오라고 하셨는데, 은정이가 '같이할래' 쪽지를 보냈다. 내가 '그래'라고 한게 시작이었다. 몇개월 후에 스포츠클럽 대회에 나갔다. 내가 집에 뭘 두고와서 동생 경애에게 가져다달라고했다. 고등학교 선생님이 동생에게 3명을 더 데리고 오라고했다. 학교에 3개 반밖에 없었고 동생이 칠판에 '컬링할 사람'이라고 적어 모집했다. 그렇게 선영이가 하게됐다"

강릉=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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