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외국인ㆍ여성 사외이사 내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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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사회에 외국인과 여성이 사외이사로 들어간다. 이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반영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불참

삼성전자는 23일 경기도 수원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김종훈(58) 키스위모바일 회장, 김선욱(66) 이화여대 교수, 박병국(59) 서울대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하고 다음 달 23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김 회장은 미국 벨연구소 최연소 사장 출신으로 미국에서 통신장비업체 유리시스템즈를 설립, 1조1000억원에 매각한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다. 박근혜 정부 초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이중국적 문제 등으로 스스로 물러났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 당시 여성 최초로 법제처장을 지냈으며, 2010년부터 4년 동안 이화여대 총장을 역임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과 한국전자공학회장을 지낸 반도체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중앙포토]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중앙포토]

2000년대에 프란츠 하이링거, 이와사키 테츠오, 요란 맘 등 외국인이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활동했고, 2013~2015년에는 여성인 김은미 전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이 사외이사를 맡긴 했다. 그러나 외국인과 여성을 동시에 포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회사를 경영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사외이사 역할을 강화해 이사회 중심의 글로벌 경영 철학을 구현하고 외국인 투자자 등 주주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2016년 10월 이재용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이후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사외이사 영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또  지난해 신임 사업부문장으로 선임된 김기남ㆍ고동진ㆍ김현석 사장을 사내이사로 내정했고, 지난해 말 최고재무책임자(CFO)직에서 물러난 이상훈 사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김선욱 전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중앙포토]

김선욱 전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중앙포토]

이 부회장을 포함해 사내이사가 5명으로 한명 더 늘면서, 사외이사가 과반이어야 한다는 상법 규정에 따라 사외이사도 6명으로 한 명 더 늘린다. 현재 사외이사는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 송광수 김앤장 고문 외에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과 이병기 서울대 공대 명예교수가 있다.

한편 이날 이사회는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처음 열리는 이사회라는 점에서 참석 여부에 관심이 컸지만, 이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직 정식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회에 참석하는 게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 등 회사 안팎의 사정도 감안한 것으로 여겨진다”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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