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키요정’ 시프린, 올림픽에 35쌍 스키 챙겨온 사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카엘라 시프린의 스키 장비를 관리하는 킴 에드란트슨. [NYT 캡처]

미카엘라 시프린의 스키 장비를 관리하는 킴 에드란트슨. [NYT 캡처]

 35쌍. 22일 열린 평창올림픽 알파인 스키에서 은메달을 따낸 미국의 ‘스키 요정’ 미카엘라 시프린이 올림픽을 위해 챙겨온 스키 수다. 경기에선 한 쌍의 스키를 신는데 수십 쌍의 스키를 갖고 온 이유는 뭘까.

NYT “설질·날씨·종목 등 따라 맞춤 스키 필요” #”스키 선택이 경기력 좌우”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미카엘라 시프린이 올림픽에 35쌍의 스키를 가져온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에서 활강 거리와 평균 속도 등 종목별 조건이 다른 데다 설질, 날씨 등의 변수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상황별 특수 설계된 스키가 필요하다고 NYT는 전했다.

 종목 특성에 따라 스키의 길이나 모양, 소재는 천차만별이다. 속도를 겨루는 스키의 기초 종목인 알파인 스키는 활강과 슈퍼대회전, 대회전, 회전, 복합으로 경기가 나뉘는데 활강과 회전에 사용되는 스키는 길이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시프린의 회전 경기용 스키는 길이가 155㎝로 짧고, 가운데 부분이 모래시계 모양으로 좁게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반면 활강 스키는 대부분 바닥이 1자로 되어있고 길이도 225㎝에 달한다.

 대부분의 선수와 달리 평균 3개 이상 경기에 출전하는 시프린은 그만큼 많은 스키를 챙긴다는 게 NYT의 설명이다.

 미카엘라 시프린이 22일 열린 알파인스키 여자복합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카엘라 시프린이 22일 열린 알파인스키 여자복합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월드컵 시즌에는 시프린이 챙기는 스키가 70쌍으로 훨씬 많다. 그는 각 스키가 눈의 상태나 날씨 등에 따라 어떤 강점을 보이는지 꿰뚫고 있다. 시프린은 스키 전담관리인을 두고 대회에 출전한다. 전담관리인 킴 에어란트슨의 검은색 작은 수첩에는 수백 개의 메모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이른바 스키 바이블이다.

킴 에어란트슨의 수첩은 시프린이 전한 스키에 대한 피드백 메모로 빼곡하다. [NYT 캡처]

킴 에어란트슨의 수첩은 시프린이 전한 스키에 대한 피드백 메모로 빼곡하다. [NYT 캡처]

 수십 쌍의 장비를 나르고 관리하는 것도 일이다. NYT는 “시프린 선수가 스키로 가득 찬 밴을 끌고 나타났을 때 항공사 직원들이 투덜대도 이를 이해해야 한다”며 “길고 가장자리가 날카로운 스키들을 경기 시즌 동안 여러 대륙에 걸쳐 나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전했다.

 스키의 이물질을 없애고 양초 같은 파라핀 성분의 왁스를 바르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이 작업은 경기력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왁싱으로 스키 속도를 최대 18%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관리하는 스키가 많을수록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 “스키 바닥에 왁스를 바르는 과정은 한 쌍에 4시간에서 4일이 걸린다. 스키 밑바닥을 매끄럽고 광택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솔질해야 한다”고 에어란트슨은 말한다. 6개월간의 스키 시즌, 그의 근무 시간은 매일 12~14시간에 달할 정도다.

 시프린 뿐 아니라 대부분의 정상급 선수들은 월드컵을 위해 챙겨 다니는 스키만 적게는 25쌍에서 많게는 40쌍에 이른다. NYT는 “스키를 선택하는 것은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