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무부 "노회찬 前비서, 지원서에 의원실 경력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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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노회찬 전 비서, 지원서류에 근무 경력 썼다…시험위원도 경력 알아”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전직 비서의 법무부 5급 사무관 채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전직 비서의 법무부 5급 사무관 채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전직 비서가 법무부 5급 사무관으로 채용된 걸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노 원내대표는 22일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법무부 채용 과정에 1%라도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의원직을 내놓겠다”며 자신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 시험 위원들은 채용 과정에서 해당 비서관의 의원실 근무 경력을 알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변호사 출신의 노 원내대표의 전직 비서가 법무부에 지원할 때 의원실 근무 경력을 기재했는지와 관련해 “지원 서류에 노회찬 의원실 근무 경력을 쓴 건 맞다”며 “서류 전형과 면접 시험 때 시험 위원이 근무 경력도 알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원자 관련 자료는 시험 위원 외에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고, 면접 위원은 대부분 외부 민간 위원이었다”며 “장관을 포함해 법무부 간부들은 당연히 전혀 몰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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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자신을 해당 사무관이라고 소개한 사람은 페이스북에 “저는 외부 위원들로 구성된 블라인드 면접을 통해 채용되었으므로 제가 임용과정에서 정확히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는 알지 못한다”며 “그러나 변호사 중 국제인권규범에 대한 지식을 갖춘 사람이 많지 않은 점, 업무에 필요한 외국어 능력을 갖춘 점, 전공분야가 직무와 관련된 점 등이 긍정적 평가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법무부에 원서를 접수할 당시 노회찬 원내대표 본인 또는 의원실 관계자 그 누구도 제가 법무부에 원서를 낸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오히려 노 원내대표는 사직을 만류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저는 국회에서 일하면서 20대 국회 최초로 발의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한 땀 한 땀 직접 기안했고,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을 연구하여 노회찬 원내대표 명의로 대표 발의하는 등 국민의 세금으로 받는 월급에 부끄럽지 않은 공무원이 되고자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고도 했다.

노회찬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비서는 20대 국회 개원 뒤인 2016년 6월 공개채용을 통해 의원실에 들어왔다. 지난해 12월 사직을 할 때까지 6급 비서로서 법무부 관련 업무를 담당했고, 지난 2월 합격해 법무부 인권정책과에서 5급 행정사무관으로 일하고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이날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이번 채용에 대해 “외관상 그런(부자연스럽다는) 의혹을 가질만한 것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날 법사위에서 이번 문제를 가장 먼저 제기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번 사안을 자신과 자신의 비서와의 관계에 빗대 “(법무부가) 피감기관으로 있는데 저하고 어제까지 일하던 사람이 내일부터는 거기(법무부) 사무관으로 가고, 그거는 부자연스럽다고 생각이 안 되느냐”고 질문하자 최 원장이 그렇게 답한 것이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치권에선 이날 공방이 벌어졌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2월 5일 법무부에서 10명의 변호사를 채용했는데, 법무부 인권정책과 사무관 5급으로 채용된 사람이 법사위원이자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노회찬 의원의 (전) 6급 비서 변호사로 밝혀졌다”며 “법무부가 자신을 감독할 법사위원의 보좌진을 채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법무부는 채용비리 수사한다면서 야당 정치인에는 3차례나 재수사를 하는 중”이라며 “앞에서는 공정한 사회를 외치면서 뒤로는 법사위원 보좌진을 채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이 이런 뒷거래나 하니까 국민이 정의당이 야당인지 모른다”며 “정의당, 이런 짓 하지 마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노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저와 함께 일했던 전직 비서가 법무부의 공개채용에 응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의원실을 그만둔 이후에 새로 인사하러 올 때까지 단 한 번의 전화 통화 없었다. 단 한 번 만난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의 채용이 이루어진 과정에 직접이든 간접이든 크든 작든 1%라도 추호라도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사법처리와 무관하게 의원직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태는 기본적으로 강원랜드 부정채용 의혹 사건 등 최근 자유한국당의 7명의 전ㆍ현직 의원이 연관된 채용과 관련된 부정청탁 사건을 물타기하기 위한 침소봉대고 과장이고 허위날조”라며 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진태 의원을 향해 “(뒷거래) 근거를 제시하라. 만일 아무런 증거 없이 그냥 추측으로, 그냥 흠집내기 위해서 얘기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허진·허정원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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