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GM, 군산공장 문 닫아도 2700명 추가해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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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반대 집회. [중앙DB]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반대 집회. [중앙DB]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 한국GM이 독자생존할 수 있는 기업으로 실적을 개선하려면 지금보다 인력을 4700명을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구조조정 중인 군산공장 근로자 전원(2000명·계약직 포함)을 감축해도, 추가로 2700명 정도를 더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CXO연구소 ‘한국GM 보고서’ 발표 #인건비 지출 가장 과다하다는 주장 #한국GM, 추가 해고 불가피할 수 있어 #R&D비용·판관비도 함께 줄여야 흑자전환

기업정보 분석업체인 한국CXO연구소는 22일 한국GM이 영업이익을 냈던 기간(2010·2011·2013년)과 영업손실 기록했던 기간(2012·2014·2015·2016년)의 재무제표 비교·분석한 ‘한국GM 분석보고서’를 발표했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한국GM이 인건비·연구관리(R&D)비·판관비 등 크게 3가지 지출을 줄여야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게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인건비에 해당하는 한국GM의 급여·퇴직급여 지출항목은 2010년 1조991억원에서 2016년 1조5686억원으로 42.7% 급증했다. 같은 기간 100만 대에 육박했던 생산시설이 50만 대로 줄어들었지만 임직원 수(1만6094명→1만6031명)는 소폭 주는데 그쳤다. 쉽게 말해 적자가 쌓이는 동안 근로자는 오히려 1인당 연봉을 더 많이 받아갔다는 뜻이다(6829만원→9785만원). 여기엔 생산직 근로자는 물론 고액연봉자로 알려진 외국인 임원 연봉도 포함된 수치다. 한국GM 감사보고서는 임원 연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GM 임한택 노조 위원장과 김재홍 군산지회장(왼쪽부터) 등 노조원이 19일 국회에서 장병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가운데)과 면담했다. [중앙DB]

한국GM 임한택 노조 위원장과 김재홍 군산지회장(왼쪽부터) 등 노조원이 19일 국회에서 장병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가운데)과 면담했다. [중앙DB]

한국CXO연구소는 “현재 12.8%인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을 9%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흑자 기간(2010년~2013년) 평균 인건비율이 8.6%였다는 게 근거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율을 9%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연간 4300억원(3.5%포인트·2016년 기준)의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

논란이 되는 건 그다음이다. 보고서는 “줄여야 하는 4300억원의 인건비는 연봉 9000만원 근로자 4778명에게 1년 동안 지급할 수 있는 규모”라며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한국GM 노·사가 임금 축소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추가 구조조정이 발생할 개연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GM 군산공장 근로자(2000명) 말고도, 추가로 인력 2700여명을 축소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R&D 비용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다소 높은 편이다. 물론 신차 개발 등에 투입하는 R&D 비용에 너무 적게 지출하면 기업 미래 전망이 악화할 수 있다. 반대로 적자가 나는데도 지나치게 R&D 비용을 많이 쓰면 현재 재무구조가 악화한다.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비용이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2016년 한국GM은 매출액의 5%를 R&D 비용으로 지출했다. 보고서는 “당장 버는 돈(영업이익)이 없는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R&D 비용을 줄여야 한다”며 “가장 최근 수익을 냈던 해(2013년)의 매출액 대비 R&D의 비율(3.6%) 수준이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이럴 경우 한국GM은 1858억원 안팎의 비용이 감소한다(6140억→4282억원).

한국GM은 R&D 비용의 상당 부분을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감사보고서는 R&D 비용에서 얼마를 본사로 이전했는지 기재하지 않았다”며 “정부 실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국GM 군산공장. 군산=김준희 기자

한국GM 군산공장. 군산=김준희 기자

또 판매 및 관리비(판관비)도 문제다. 한국GM의 2010년~2015년 평균 매출액 대비 판관비율은 8%(1조1208억원)였다. 하지만 이 비율은 2016년 갑자기 11.2%(1조3692억원)로 치솟는다. 이를 “2010년~2016년 평균 매출액 대비 판관비율(8.5%)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판관비 3293억원을 아끼기 위해서다(1조3692억→1조399억원).

특히 판관비 중에서 사용처 파악이 불가능한 제용역비(1737억·2015년→3708억원·2016년)가 크게 늘었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군산공장 구조조정을 준비하기 위한 필요한 제반 비용을 2016년부터 제용역비로 미리 처리했다는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 실제로 한국GM은 군산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모두 군산공장 외부로 반출한 상황이다. 여기 필요한 비용을 제용역비로 처리했다는 의혹도 실사 과정에서 밝혀질 필요가 있다.

결국 인건비·R&D·판관비 등 2016년 비용이 급등한 3가지 비용(9451억원)이 평년 수준으로 감축하면, 한국GM은 흑자를 낼 수 있다. 쓴 돈(12조7653억원→11조8202억원)이 줄어들어, 번 돈(12조2342억원)보다 적어지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산성을 높이지 않고 무턱대고 정부가 한국GM을 지원하면, 2~3년 후 또다시 적자를 핑계로 GM이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단 흑자 구조를 만들고 정부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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