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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총으로 막겠다는 트럼프 "교사 무장시키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시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교사의 무장을 제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플로리다 총격사건 희생자 백악관 초청 # 총기 규제 눈물로 호소하는 학생에게 #“교사가 총 지니면 공격 막을 수 있어”

21일(현지시간) CNN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생존 학생과 희생자 부모 등 40여 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간담회 자리에서 학생들은 총기 규제 필요성과 학교 안전을 눈물로 호소했다.

총기난사범 니콜라스 크루즈가 퇴학당하기 전 같은 반이었던 사뮤엘제이프는 “형제나 다름없던 가장 절친한 친구를 잃었다”며 “그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입을 뗐다.

그는 “18살인 내가 어떻게 반자동 소총 같은 전쟁 무기를 살 수 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며 “왜 컬럼바인 사건과 샌디훅 사건을 겪고도 아직도 (총격사고를) 멈추지 못하냐”고 눈물로 호소했다.

그는 총기 규제를 통해 성과를 거둔 호주의 예도 들었다. 제이프는 “사건이 발생한 뒤 총기 판매를 금지한 호주에서 이후 몇 건의 총격 사건이 일어났는지 아느냐. 제로다”라며 “우리도 무언가 해야만 한다. 제발 제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제이프가 거론한 사건은 1996년 호주 타즈매니아주에서 발생한 반자동소총 난사사건이다. 35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다친 호주 최악의 참사다. 사건 후 호주 정부는 총기 판매를 금지하고 기존의 65만 정을 회수하는 강력한 총기 규제 정책을 시행했다.

21일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의 생존자를 백악관으로 초청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21일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의 생존자를 백악관으로 초청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학생들의 절규를 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해법은 정반대였다.
그는 “훈련받은 교사가 총을 휴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제안했다. “특수 훈련을 받은 교사가 총기를 소지한다면, 누구도 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을 피할 수 있다”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이 없는 장소(Gun-free zone)는 겁쟁이인 미치광이들이 ‘우리에게 총알이 되돌아오지 않으니 가서 공격하자’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면서 학생들 대신 총을 맞고 숨진 풋볼팀 코치 애런 파이스도 언급했다.
마조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등학교의 풋볼팀 코치이자 보안요원이었던 파이스는 총성이 울리는 곳으로 달려가 학생들을 향해 날아드는 총탄에 몸을 던져 총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이스에 대해 “그는 매우 용감했고 많은 목숨을 구했다”면서도 “만약 그가 총기를 갖고 있었더라면 그가 총격범을 쏘고 사건을 끝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공격은 3분 동안 이어지는데 경찰은 이미 공격이 끝난 뒤인 5~8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한다. 교사들이 총기를 갖고 있다면 공격을 끝내버릴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총격범 니콜라스 크루즈를 “아픈 사람”이라고 지칭한 뒤 “정신건강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총기 문제 해결을 위해 “총기 소지자에 대한 신원조사를 강화하고, 정신상태에 대한 확인에도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교사를 무장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이디어는 즉각 반발을 불러왔다.
CNN의 선임법률분석가인 제프리 투핀은 트럼프의 제안에 대해 “미친 생각”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교사에게 총을 주자니, 대체 우리는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냐”고 맹비난했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민주·코네티컷)도 “학교를 더 안전하지 않게 만드는 미친 아이디어”라고 혹평했다.

21일 밤 CNN이 사건 생존자와 전미총기협회(NRA) 관계자 등을 초청해 주최한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빌 넬슨(민주·플로리다) 상원의원도 “끔찍한 생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반대했다. 마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도 “(빌 넬슨 의원 발언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 교원단체인 전미교육협회(NEA)의 릴리 에스켈센 가르시아 회장도 “우리가 원하는 건 죄 없는 학생과 교육자를 학살하려는 자들의 손에서 총을 떼어놓는 것”이라며 “교사를 무장시키는 것은 아무것도 막아주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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